고미술수집가 김영준씨 문체부 기증 유물…13일 왕립포병박물관에 기증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를 축하하려고 한국전쟁 도중 격전지에 걸어뒀던 현수막(배너)이 영국에 기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전쟁 참전 영국군이 당시 부대 내 여왕즉위 축하행사에 사용한 현수막을 런던 울위치의 왕립포병박물관(Royal 

Artillery Museum)에 기증한다고 8일 밝혔다.

이 현수막은 영국 포병연대 통신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 중이던 덕 레이랜드 씨가 틈틈이 시간내 그린 것이다. 1953년 6월 2일 기념행사 

때 경기도 연천군 삼화리 포병연대에 걸렸다.

 당시 영국군은 영연방 소속 부대 본부가 있는 경기도 포천 마전리에서 여왕즉위 축하행사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왕립포병대의 20연대는 

최전방인 휴전선 근처를 맡은 탓에 전장에서 그들만의 행사를 따로 기획한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레이랜드 씨는 현수막을 영국으로 가져갔고 지난 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려고 내놨다. 마침 현수막의 가치를 알아본 고

미술수집가인 김영준 시간여행 대표가 구입해 "좋은 일에 써 달라"며 문체부에 기증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역추적해 레이랜드 씨를 찾아낸 문체부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영국군의 희생과 영국민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

을 전달하기 위해 현수막을 영국 왕립포병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증행사는 오는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왕립포병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임성남 주영대사가 왕립포병대를 대표하는 티모시 그랜빌 채프

만 장군에게 전달한다.

또 현수막이 걸렸던 부대의 실무 지휘관이자 한국전쟁 역사가인 브라이언 패릿 장군, 현수막을 그린 레이랜드 씨, 김갑수 주영한국문화원

장도 행사에 참석한다.

김영준 대표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해외에서 하는 행사에 초청받을 만큼 큰일을 하지 않았다"며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

했다.

왕립포병박물관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로 1820년에 지어졌다. 냉전(Cold War) 전시 공간의 한쪽에 아담한 규모로 한국전

쟁 공간도 꾸몄다.

박물관 측은 현수막 기증을 계기로 한국전쟁 전시공간을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현수막 관련 영상 상영 장소도 새롭게 마련하고, 한국전

쟁 관련 자료도 확대할 방침이다. 냉전 전시공간의 이름도 한국전쟁(Korean War)으로 바뀐다.

한편, 13일 기증 행사에는 여왕즉위 축하행사 당일 비극적인 사고로 사망한 윌 해리스 소령의 가족도 참석할 예정이다.

당시 왕립포병대의 공중정찰비행단인 1903 편대 공중정찰 감시초소의 지휘관이었던 해리스 소령은 축하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프를 타고 

활주로를 가로질러 가다가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미국 비행기에 들이받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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