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재 편집위원

지난달 강원도 대형 산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봐왔던 국가 재난 상황의 모습이었다. 지역 주민의 피해와 더불어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꺼번에 훼손되는 현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재난 상황에 맞서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그 곳에서도 빛났다. 위험한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 119 그분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고 안심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 점심에 칼국수를 먹었다. 칼국수 식당 근처에 소방서가 있는 것 같다. 내 옆에 오렌지색 근무복을 입은 30대 소방관 세 분이 점심으로 칼국수를 시키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칼국수가 나오고 반 쯤 먹었을 때, 식당 아주머니가 소방관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칼국수 값을 누가 내고 가셨어. 고생한다고...”

아마 내 뒤에 혼자 점심을 드시던 아저씨가 내고 간 것 같다. 안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밥 한 끼 먹는 식당에서 우연히 들리는 대화이다. 마음이 훈훈해 지는 듯 했다. 여기까지는 미담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오늘 우리 삶의 모습들이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있다. 소방관 한 분이 점심을 얻어먹은 게 마음에 걸렸는지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 많은 점심시간에 멋쩍고 스스로에게 무안해서 그런 줄 알았다. 잠시 후 한 소방관의 말했다.

“우리 다음부터 옷 갈아입고 나오자.”

“다음부터 그래야겠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소방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는 어느 아저씨의 한 턱에 훈훈해졌고, 그런 식사 대접에 미안해하며 다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그 소방관의 말 한마디는 감동적이었다. 강원도 산불에 임하는 소방관의 활동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소방관의 임무에 충실했던 그분들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소방관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 존경과 신뢰는 시민들의 생각에서 칼국수 대접의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지역 사회의 아름다운 서로의 모습이다. 그리고 과거 시민과 공무원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시민과 공무원은 서로 어떠한 관계와 모습으로 만들어가야 하는가 생각하게 한다. 많은 공공기관들은 각종 홍보와 소통 정책에 다양한 정책(예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얼마나 홍보하고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 도달한다. 이는 학문적으로 마케팅 활동(비용)에 대한 성과의 불확실성과 유사하다.

공공정책은 시민들의 정책 만족도 평가가 중요한 지표이다. 다만 공공정책을 7점, 10점 등 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정책 생태계에 공존하는 시민과 공무원 간에 미담과 감동은 있는가? 되돌아봐야할 시점이다. 각종 정책 효과와 신뢰를 확인하기 위한 각종 홍보 사업이나 소통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전국 소방관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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