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삼형제 섬, 신시모도를 가다

영종도에서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도·시도·모도. 각 섬이 연도교라 불리는 다리로 이어져 있어 ‘신시모도’ 혹은 ‘삼형제섬’이라고도 불린다. 세 섬의 이름에는 뜻도 제각각이다.

신도(信島)는 이름 그대로 섬 주민들이 착하고 신의가 있다는 뜻이다. 규모는 세 섬 중 맏이 격으로 가장 크다. 신도 옆에 있는 시도(矢島)는 강화도 마니산에서 이 섬을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 하여 ‘살섬’이라고 불렸다. 막내답게 크기가 가장 작은 모도(茅島)는 그물에 고기는 걸리지 않고 띠만 걸려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삼목선착장의 매표소
신도선착장으로 출발하기 전 승선하는 차량들
신도항에 위치한 신도바다역

신시모도로 가는 배는 영종도 북쪽에 위치한 삼목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차량 승선도 가능하며 섬까지는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배는 가장 큰 섬인 신도선착장으로 입항한다. 여기에서 삼형제섬의 여행이 시작된다.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총 3가지. 첫 번째는 도보여행, 두 번째는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여행, 마지막 세 번째는 자가용을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다. 셋 중 어떤 방법으로 선택해도 섬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신도에 도착하면 여행 전, 선착장 좌측에 있는 ‘신도바다역’에서 팜플렛을 챙길 것을 추천한다. 섬의 지도는 물론 뱃시간, 관광지, 버스 시간표까지 알차게 적혀 있다. 특히 트레킹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닌 뚜벅이 여행자들이라면 섬 내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 1번 노선과 2번 노선의 시간을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좋다. 버스는 신도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시도, 모도까지 이어진다.

신시모도는 걷기 좋은 길이라 불리는 세 가지 트레킹 로드가 있다. 언덕이 거의 없고 난이도 역시 낮은 편이라 트레킹족에게 인기가 많다. 신도선착장에서 시작되는 ‘인천 삼형제섬 길’은 약 9.5km로 편도 3시간이 소요되며 시도를 지나 모도의 모도리 공원까지 이어진다. 해안누리길 35번 노선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도에 있는 ‘수기 해안둘레길’은 수기해변에서 수기전망대까지 간다. 마지막으로 ‘모도 해안둘레길’은 시·모도 연도교에서 출발하여 시든물해변, 뾰족바위해변, 물섬고리, 배미꾸미해변을 지나 박주기로 이어진다. 워낙 트레킹하기 좋기로 알려진 섬이다보니 요즘처럼 날이 따듯한 봄이면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도보여행 말고도 섬 주변에 드러나는 간석지에서 갯벌체험을 하거나 농촌체험, 바다낚시 등 다양한 체험관광도 가능하다.

구봉산의 전망대에서는 신도와 건너편 영종도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벚꽃이 만개한 신도벚꽃길
조용한 아침, 푸른벗말마을의 저수지 풍경

평일의 이른 아침에 도착한 신도선착장은 한산하다. 섬에 입항하는 순간 푸른색 아치형의 조형물 입구가 가장 먼저 여행자를 반겨준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등산객들은 길을 따라 올라가며 ‘구봉산’의 등산로 입구를 찾는다. 임도 사거리, 구봉재, 신도벚꽃길 등 도로와 길 주변을 잘 살펴보면 구봉산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구봉산은 해발 179m이며 경사가 완만하고 1~2시간이 소요되는 다양한 코스가 있어 등산이 어렵지 않다. 또한, 등산로 양쪽으로 약 4km에 걸쳐 심겨진 진달래와 벚나무 덕분에 4월과 5월에는 가득 핀 봄꽃을 감상하며 등산을 할 수 있다. 물론 차를 타고도 구봉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다. 구봉정에 도착하면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이 기다린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영종도와 송도신도시, 인천국제공항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봄이면 신도에서 유명한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신도벚꽃길’이다. 선착장을 두고 좌측에 시도로 넘어가는 도로와 우측에 약 1.5km에 달하는 해안도로 두 곳이 있다. 좌우로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꽃이 만개한 시기에 신도를 방문하면 봄날의 낭만 가득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볍게 흩날리는 벚꽃잎은 또 다른 운치를 더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신도벚꽃길을 지나면 신도3리에 위치한 ‘푸른벗말마을’에 갈 수 있다. 조용한 마을 풍경과 저수지, 염전이 아기자기하다. 자전거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좋고, 마을 한 바퀴를 천천히 걸어서 산책하는 재미도 있다. 특별히 번화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마을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힐링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조용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평일이라 한적한 수기해변
배미꾸미조각공원의 작품들
모도에서 유명한 포토존 ‘Modo’

섬을 크게 한 바퀴 돌면 시도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인다. 신도의 서쪽이다. ‘연도교’로 불리는 이 다리는 1992년에 완공되었으며 밤바다 비친 가로등 불빛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시도는 신도의 1/2되는 면적이며 옛날 방식으로 만드는 ‘시도천일염’이 특산품 중 하나다. 염도가 낮고 물에 잘 녹으며 첫맛은 짜지만, 끝에 단맛이 돌아 인기가 높다.

시도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해안둘레길의 시작점인 ‘수기해변’. 2004년에 방영한 KBS 드라마 ‘풀하우스’의 세트장이 있던 촬영지다. 현재 세트장은 철거되었으며 해변에는 캠핑장,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수기해변은 바다 수심이 낮고 경사 또한 완만하여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 방문하기 좋은 해수욕장이다. 주말이면 모래사장에 위치한 그늘막 아래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 해변의 좌측으로 걸어가면 전망대로 향하는 해안둘레길이 시작된다. 

삼형제섬 막내인 모도의 가장 대표적인 곳은 남쪽에 위치한 배미꾸미해변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배미꾸미 해변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이일호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중이다. 공원에 도착하면 거대한 기둥에 조각된 ‘모도와 이일호’가 가장 눈에 뜨인다. 그외에도 연인간의 사랑과 성,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작품 100여 점을 볼 수 있다.

서로를 격렬하게 끌어안고 있는 연인,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푸른 잔디밭에 몸을 웅크린 여인과 바다 한가운데에서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 있는 버들나무 등.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이곳은 모도의 명물로 알려졌지만 이일호 조각가의 개인사유지라 작품을 관람하고 싶다면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해야한다. 배미꾸미해변 옆에는 유명한 모도의 포토존이 있다. 해안둘레길의 종착지인 ‘박주기’ 근처에 붉은색 조형물의 ‘Modo’가 바다를 등지고 있다. 

신도선착장으로 가는 배편은 매 시 10분에 출항하며 20:40분이 마지막이다. 신도에서 삼목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배편은 20:50분에 있으나 19시, 20시에 운항하는 야간 배편에 관해서는 선사에 미리 문의 한 후 이용해야한다.

신도선착장에 서 있는 아치형 조형물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어선
수기해변에 위치한 해안길
시도와 모도를 이어주는 연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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