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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인 칼럼] 웃음꽃- 용인에도 흐드러지게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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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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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인 편집위원

내가 사는 용인에도 한택식물원이나 에버랜드에는 각종 꽃이 지천이지만, 올해는 외지에 나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얼마 전 모임에서 창녕 남지 유채꽃축제장을 다녀왔다. 70여 만평에 흐드러진 유채꽃의 황색 물결과 인파의 출렁임 속의 웃음꽃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그 지역 주민들이 그들만의 관광 상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그 곳을 오가는 고속도로 주변 산하에는 벚꽃이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너무나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회정세는 어수선하고 경제는 어렵다고해도 숭고한 자연의 섭리에는 그저 숙연할 뿐이다. 사시사철 때를 어기지 않고 보여주는 저 자연의 질서가 있기에 그나마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나의 올바른 길을 생각하게 되었다.

꽃은 사전적 의미로는 그저 ‘종자식물의 생식기관’이라는 좀 원초적인 어감으로 생물학적으로는 재미난 말은 아니다. 인간의 시각과 감성을 가미시키면서 아름다움이란 의미가 부여된다. 인간도 청춘이 아름답듯이 자연도 봄철의 꽃이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속에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과 생리를 우리 조상님들은 인간이 청춘뿐만 아니라 일평생 바른 삶으로 승화시키자는 교훈적인 경구로도 많이 애용해 왔다.

소학집주(小學集註) 가언편(嘉言篇) 10장에서, 승진청탁에 대한 답을 꽃의 생리를 빗대 충고하는 말이 있어 옮겨본다.

“사물은 성하면 반드시 쇠하고, 융성함이 있으면 다시 폐함이 있으니, 속히 이루면 견고하지 못하고, 빨리 달리면 넘어짐이 많다. 활짝 핀 정원 안의 꽃은 일찍 피나 도리어 먼저 시들고, 더디게 자라는 시냇가의 소나무는 울창하게 늦도록 푸름을 머금는다. 타고난 명에 빠르고 늦음이 있으니, 청운의 꿈은 힘으로 이루기 어렵다. 말을 붙여 모두에게 이르노니, 조급히 나아감은 헛된 짓일 뿐이다. / 物盛則必衰有隆還有替速成不堅牢亟走多顚躓至灼灼園中花早發還先萎遲遲澗畔松鬱鬱含晩翠賦命有疾徐靑雲難力致寄語謝諸郞躁進徒為耳”

 

사람을 꽃으로 비유하는 단어가 있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 하여 예전에 기생을 지칭하는 해어화(解語花)란 말이다. 가장 격이 높은 선비 같고 군자 같은 해어화로는 황진이(黃眞伊)를 꼽는다. 그녀의 꽃에 대한 감성을 느껴보자. 그 시대(조선 중종조)의 고결하였다는 소세양과 함께 보낸 한 달이 되던 마지막 날 그녀는 한양으로 따라 가기를 원했으나, 거절당하자 눈물 흘리며 써 준 ‘소세양판서를 보내며’라는 시가 전한다.

 

낙양성 동편의 복사꽃 자두꽃(洛陽城東桃李花)

바람에 흩어지는 꽃비는 뉘 집에 떨어지려나(飛來飛去落誰家)

낙양 사는 처자는 애타는 낯빛 되어(洛陽女兒惜顔色)

발치에 떨어진 꽃잎으로 한숨짓는다.(行逢落花長歎息)

금년 꽃 지고 나니 안색이 변했어라(今年落花顔色改)

내년에 꽃이 핀들, 누가 다시 봐주리오(明年花開復誰在)

그대는 보았소. 땔 나무로 잘려나간 송백을(已見松栢摧爲薪)

그대도 들었소. 상전이 벽해 됨을(更聞桑田變成海)

낙양성 동편의 옛님은 없고(古人無復洛城東)

지금에 뭇 사람들 꽃바람을 보는도다(今人還對落花風)

해마다 꽃은 똑같이 피건만(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인간은 같지가 않구료(歲歲年年人不同)

 

꽃은 단순히 피었다 사라지는데, 인간의 연모의 정을 너무도 절절히 녹여 붙였다. 혹자들이 한반도의 여자 시인으로는 황진이를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즐겁게 피어나던 군중들의 웃음꽃들이 낙화와 어울려 황진이는 물론 도덕군자를 울렸다. 이제 맘을 차분히 하고, 진정한 군자의 모습으로 살자고 하였던, 송나라 철학자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이란 문장을 음미하면서 잔잔한 나만의 웃음꽃을 피워본다.

 

 

세상 꽃 중에는 사랑할 꽃이 매우 많다.(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였고,(晉陶淵明獨愛菊)

이씨 당나라 이래(自李唐來)

세인들이 모란을 좋아하는 것이 성행하였다.(世人盛愛牡丹)

나는 오로지 연꽃을 사랑하니,(予獨愛蓮)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之出淤泥而不染)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기나, 요염하지 않고,(濯清漣而不妖)

꽃대 속이 비었으나 밖은 곧으며,(中通外直)

덩굴도 가지도 치지 아니하며,(不蔓不枝)

멀어도 향기는 더욱 맑고, 꼿꼿하게 깨끗이 서 있어(香遠益清 亭亭靜植)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可遠觀而)

함부로 하거나 가지고 놀 수 없다.(不可褻玩焉)

내가 평하건대, 국화는 꽃 중의 은둔자요,(予謂菊花之隱逸者也)

모란은 꽃 중의 귀공자요,(牡丹花之富貴者也)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할 수 있다.(蓮花之君子者也)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噫菊之愛)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陶后鮮有聞)

연꽃을 사랑하며 나와 함께 할 사람 몇일런가?(蓮之愛同予者何人)

모란을 사랑하는 이들이야 당연히 많을 테지만.(牡丹之愛宜乎衆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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