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 기자

이제는 봄이 완연하다. 산은 이제 초록을 되찾았고, 동이 트는 시간이 더욱 일러졌다. 산행을 하는 것의 가장 큰 즐거움은 이렇게 색색이 변하는 모습에 있다. 봄에 보는 산과 가을에 보는 산이 다르고 새벽에 보는 산과 아침에 보는 산이 또 다르다.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도 다르고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는 바람의 냄새도 다르다. 이제 봄이다. 봄에는 또 산을 올라가야 한다.

이번에 올라가야 하는 산은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에 자리한 오봉산(五峯山 779m)이다. 소양강댐 건너 청평사 뒤쪽에 우뚝 솟아있는 오봉산은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 등 연이은 다섯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산세는 크지 않으나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져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산이다.

예로부터 경운산, 경수산, 오봉산, 청평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산악인들이 다섯봉우리르 가진 산이라 하여 오봉산으로 부른 것이 알려져 이제는 아예 명칭이 돼 있다.

오봉산 남쪽 자리에는 천 년이 넘은 강원기념물 55호 고찰 청평사가 위치해 있으며 보물 제164호 청평사회전문 등이 있다. 또한 청평사 주변에는 공주골, 공주탕이 자리해 그윽한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매우 아름다웠다고 전해지는 중국 원나라 순제공주와 그녀를 짝사랑하다가 결국 상사병으로 죽어 뱀으로 환생한 청년의 전설이 얽힌 삼층석탑과 연못의 시조라는 영지 등을 들려볼 수 있다. 또한 고려 시대에 만든 정원 터가 있어 옛 정원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도 한다.

오봉산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특히 좋다. 경춘선 덕분에 이제는 춘천까지는 편안하게 다다를 수 있다. 춘천에 도착하면 소양감댐에서 배를 타면 청평사까지 약 20분정도고 소요된다. 이것이 싫다면 승용차를 이용해도 좋다. 46번 국도로 청평과 가평, 춘천을 거쳐 청평사까지 갈 수 있다. 이처럼 오봉산은 차와 배를 타고 가는 철도산행지,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산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오봉산 산행은 오르막 산길에 오랜 시간에 많은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이제는 길이 다 파헤쳐졌고 나이먹은 아름드리 소나무는 굵은 뿌리를 밖으로 내놓고 우리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다.

산은 산악인들에게 아낌없이 다 보여주는데, 우리는 산을 좋아한다는 명분으로 산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제는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이라면 단순히 오르고 정복감을 느끼는 단계를 넘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산을 보살폈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도가 점차 높아지고 오봉만의 본색이 드러나면 경관은 한결 좋아진다. 평평한 흙길과 멀리 첩첩산중까지 내다보이는 바윗길을 번갈아 간다. 이렇게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고 내리막길로 잠시 내려갔다가 또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제1봉 제2봉 제3봉 제4봉에 이어 마지막으로 오봉산 정상을 향해 간다. 바위 속에 박힌 철주에 연결된 두 밧줄에 의지하며 힘겹게 산을 오른다. 그러다보면 결국 오석으로 곧게 세워진 오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이름모를 조망이 나타나지만 멀리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소양감댐이 보인다.

청평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내려가는 것도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만한 흠통바위(일명 구명바위)와 급경사 구간을 거쳐 망부석으로 불리는 촛대바위에 도착한다. 이렇게 차분하게 오늘의 오봉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봉산을 내려오면서 또 한번 묵묵히 우리 산악인을 맞아주는 이 자연에 대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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