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 기자

동두천시와 포천시 신북면 경계에 있는 소요산(逍遙山587m)은 신라시대 원효대사와 무열왕의 딸 요석공주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다. 원효대사의 설법을 듣고 깊은 감명을 느껴온 요석공주는 원효대사와 정을 나누고 둘이서 낳은 아이가 바로 설총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 소요산은 아기자기한 골짜기를 따라 어울려진 기암괴석의 절묘한 산세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산세는 웅장하지 않으나 울창한 숲과 기암괴봉, 폭포 등이 조화을 이루고 있으며 소요산의 명소 자제암에는 원효샘과 청량폭포가 있는데 이곳 위를 하백운대라고 한다. 또한 나한대, 의상대, 비룡폭포 등을 지나면 원효대에 이르고 원효대에서 30m 정도 절벽 위을 상백운대라고 한다.

산 능선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노출되어 성벽을 이루고 있는 듯하며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할 만큼 경승지로 쳐주는 산이다. 또한 소요산 하면 진달래와 단풍으로 알려저 봄에는 철쭉제 가을에는 단풍축제가 열려서 서울과 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를 잡고있다.

산행이 가파른 계단을 따라 거친 숨을 내쉬는 동안 삼거리가 나오는데 된비탈은 여전하다. 햇빛을 피해 나무숲에 의지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이렇게 쉬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며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는 왼쪽에 바람이 불어오는 나무가지 사이로 공주봉의 모습을 드러낸다.

첫 도전지 너른공터가 있는 하백운대에 도착한다. 하백운대 최고의 전망지에 서면 중백운대, 나한대, 의상대, 공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백운대의 아름다운 절경 때문에 소요산이 '작은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소요산에 머물며 수행하던 매월당 김시습은 이렇게 길 따라 계곡에 드니 봉우리마다 노을이 곱다" 고 노래했다고 한다.

그의 노래를 떠올리며 험준한 산봉우리 들어서는데 한줄기 흐르는 계곡물이 맑고 시리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뽀쪽하며 산세가 웅장한 가운데 노송과 함께 절정을 이루는 칼바위을 지난 다음 선녀탕과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달한다. 봄은 기운이 넘쳐 가고 있는데 봄의 산길은 아직도 여유롭기만 하다.

불교을 수행하며 해탈에 경지에 이른 수행자의 명칭인 나한대(571m)에 이어 동두천에 진산이며 소요산의 정상 의상대(義相臺)에 도착한다. 의상대 정상에 서면 저 멀리 파주에 감악산이 보이고 반대편으로 마치 용의 등처럼 휘감아져 보이는 국사봉과 왕방산 해룡산 및 칠봉산이 바로 보인다.

역사가 깊은 만큼 운치가 있고, 사연이 있는 만큼 산은 신묘한 기운을 내린다. 잠시 옛 성현들의 정서에 함께 젖어들어본다. 이제 또 산을 내려가야만 할 때가 온다. 샘터 갈림길과 구(舊) 절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물이 완전이 마른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물소리 대신 구성진 새소리에 장단을 맞춘다.

천천이 하산하여 이제부터 올라왔던 동두천 소요산역을 향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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