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리스 오피스' 구현 첫 걸음

9일 열린 고양시 새해 첫 간부회의. 40여 명 간부들의 자리에는 두꺼운 회의서류 대신 A4용지보다 작은 태블릿 PC가,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보온병이 놓였다. 회의에 앞서 “정말 빈손으로 회의에 참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종이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고양시의 첫 시도다. 종이 보고서에 가장 익숙한 간부공무원부터 솔선해 페이퍼리스(paperless)를 실천하자는 취지이다. 시는 이날 태블릿 pc 40여 대를 설치해 종이 없이 회의를 진행했다.

종이 없는 간부회의는 ‘저비용 행정, 친환경 행정, 스마트 행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의 간부회의마다 인쇄하는 자료는 모두 4천 페이지에 달한다. 인쇄와 용지, 파쇄에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고 회의 자료를 수정해야 할 경우 전체를 다시 인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태블릿 회의는 단 5분이면 자료 배포가 끝나고 내용 수정이 용이해 회의 준비에 소요됐던 행정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페이퍼리스 회의를 네 번 개최할 때마다 30년생 나무 한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이번 간부회의 혁신은 고양시 ‘종이 없는 사무실’ 구현의 출발점으로, 올해 상반기 중 고양시가 발표할 ‘나무권리선언’을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미리 실천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행정 역시 가능하다. 태블릿 pc를 사용한 회의는 공간 제약을 탈피, 어디서나 시급한 사안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생생한 회의가 가능해졌다. 또한 정보의 빠른 공유와 더불어 수직적 보고체계를 탈피한 수평적 소통문화 정착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종이와 일회용품이 없는 회의에 이은 2019년 고양시 간부회의의 또 다른 변화는 월1회 실시되는 ‘교육 및 정책토론’이다. 각 주제별로 해당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 또는 학자를 초빙해 고양시 과제에 대한 분석과 제안을 듣고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눈다. 이는 기존 지식과 관행에 매몰되기 쉬운 공직자의 시야를 넓히고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재은 고양시정연구원장이 고양시의 재정분석과 함께 대도시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을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바꿔야 살아남는다. 관행에 머물러 있지 말고 질문을 던지라”고 강조해 온 이재준 시장의 행정 혁신이 본격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장은 “아날로그식 종이 보고만이 격식을 갖춘 정식 보고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오늘 간부회의를 출발점으로 고양시에서 종이와 프린터, 복사기가 없이도 업무가 가능한 친환경 스마트 업무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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