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배출 없어 만족"… 다음달엔 수소버스 운행

▲ 운행중인 1711번 서울 전기버스.
▲ 운행중인 1711번 서울 전기버스.

시동을 켰다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도로를 달리자 진동·소음이 일반 버스보다 적어 마치 지하철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빨간불에 걸려 버스가 멈추자 간간이 승객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만이 정적을 갈랐다.

최근 서울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전기버스가 도입됐다.

성북구 정릉 차고지를 출발해 국민대∼시청∼공덕역을 오가는 1711번 노선버스 2대가 이날부터 전기버스로 교체됐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감축을 위해 올해 전기차 시내버스 29대를 시범 도입한 뒤 2025년까지 3000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1711번 버스는 그 출발점이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차고지를 출발한 1711번 전기버스를 탔다.

버스 운전을 20년 했다는 기사 이세환(56) 씨는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운행이 가능해서 좋다"며 "전기버스는 힘이 달릴까 봐 걱정했는데, 언덕도 잘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되는 전자 계기판을 바라보며 "변속이 자동으로 되니 기사 입장에서 편하고 흔들림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선 2010년부터 2016년 말까지 남산을 오르내리는 순환버스가 전기차로 운행됐으나 이 버스는 고장이 잦고, 오르막길을 오를 때 필요한 구동력이 약해 6년 만에 운행이 중단된 바 있다.

1711번 버스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사용한다. 좌석 27석, 입석 20명으로 운전자까지 총 48명이 탑승할 수 있다.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버스 지붕 위에 얹고 있어 일반 CNG 버스에 비해 차체 윗부분이 불룩한 모습이다.

서울시의 전기버스는 기존 시내버스 간선·지선 노선의 외관과 디자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버스 위쪽에 하얀 띠를 둘러 전기버스임을 표시한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는 데 72분이 걸리고, 가득 충전된 상태에서 319.2km를 달릴 수 있다. 친환경 전기버스 가격은 CNG 전기버스의 2배인 4억원대로 추정된다.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처음 전기 시내버스를 타본 승객들은 우선 승차감에 만족을 표했다.

대학생 박태준(23) 씨는 "다른 버스보다 확실히 엔진 소리가 작고 진동도 덜 하다"며 "전기버스가 상용화되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점차 늘려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담(16) 씨는 "운행이 부드럽고 소리가 없는 게 인상적"이라며 "버스 내부 색이 연두색이라 디자인도 예쁘다"고 말했다.

함광자(68) 씨는 전기버스가 대기오염 물질을 뿜어내지 않는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함 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면 외출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손자·손녀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에 더더욱 신경이 쓰이는데, 전기버스가 더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그간 친환경 버스에 관심이 많았다"며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여러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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