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동 주변서 20여 개 '쑥쑥'…겨울나기 관건

올 여름 장맛비에 큰 가지 4개가 부러진 수령 500년이 넘는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한 복원작업이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는 나무종합병원 원장 등 전문가와 함께 느티나무에서 자라 나온 맹아(새로 돋아나오는 싹)에 기대를 걸고 애지중지 보살피고 있으나, 이 어린싹들이 다가오는 겨울철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나무 높이가 33.4m에 이르는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가 부러진 것은 올해 수원에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 6월 26일 오후 3시.

장맛비와 함께 강풍이 불어 닥치자 수령이 500년 이상 된 이 느티나무의 높이 3m 부분에 자리한 큰 가지 4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원줄기 내부에 공간이 생겨 있던 탓에 바람과 비를 지탱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는 1790년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1982년 10월 보호수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5월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통동 주민들은 매년 단오에 나무 주변에서 '영통 청명 단오제'를 열고 있다. 축제는 청명산 약수터에서 지내는 '산신제'로 시작돼 느티나무 앞 '당산제'로 이어진다.

수원 시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느티나무가 부러지자 수원시는 곧바로 전문가들과 함께 느티나무 복원에 나섰다.

다행히 느티나무의 뿌리는 살아있었고, 느티나무 옆에는 맹아 20여 개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사고 후 4개월이 지난 현재 이 맹아는 50∼100㎝까지 자랐다. 지금으로서는 이 맹아들이 느티나무를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수원시는 여러 차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복원 방안을 모색했다.

맹아가 잘 자라도록 수간주사를 놓아 영양분을 공급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자칫 주사 부위에 덧이 날 수 있어 그냥 자연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지켜보기로 했다.

또 다가오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맹아 주변에 방한·방풍 시설물 설치도 고려했지만, 역시 맹아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아 스스로 월동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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