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외부탓 "살인사건 보도 많아서"

경찰청이 주관해 올해 상반기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의 체감안전도를 조사한 결과, 인천지방경찰청이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은 언론이 살인 등 강력사건을 지나치게 많이 보도하는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 결과를 내놔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11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본청이 주관한 올해 상반기 체감안전도 조사에서 인천경찰청은 70.5점(100점 만점)을 기록해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가운데 울산경찰청과 함께 공동 꼴찌를 했다.
 
전남경찰청이 79점으로 1위를 했으며 강원경찰청과 전북경찰청이 각각 75.5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경북경찰청(75.2점), 충남경찰청(74.2점), 경남경찰청(73.4점) 등 순이었다.
 
인천경찰청의 올해 상반기 체감안전도 점수는 지난해 하반기 71.5점보다 1점 하락한 수치다. 그러나 순위는 지난해 12위에서 4계단이나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인천경찰청보다 순위가 낮았던 서울·대전·경기남부·부산경찰청이 올해 상반기에는 모두 순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인천경찰청은 2015년 상반기 전국 4위를 기록한 뒤 같은 해 하반기 13위, 2016년 상반기 10위, 지난해 상반기 14위, 같은 해 하반기 12위 등 해마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체감안전도는 전반적 안전도 점수(70%)와 강도·살인·절도·폭력·교통사고 등 분야별 안전도 점수(30%)를 합산해 계산한다.
 
인천경찰청은 전반적 안전도와 강도·살인·절도·폭력 등 범죄 안전도 모두에서 올해 상반기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인천경찰청은 원인 분석을 통해 여러 요인 중 살인 등 강력사건이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항소심 공판이 올해 상반기 지속해서 보도되는 등 강력사건 발생 빈도에 비해 많은 언론 기사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시민 대부분은 언론을 통해 각종 사건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상반기 인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23건 중 16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낮은 가로등 설치율과 각종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낙후 지역 증가 등도 체감안전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원인 분석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실제로 살인 등 주요 강력사건 발생 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늘었는데 언론 등 외부요인 탓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인천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은 지난해 상반기 50건보다 52%(26건) 줄었으나 살인 사건은 20건에서 23건으로 늘고 절도도 4천367건에서 4천507건으로 증가했다. 

인천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체감안전도 조사 때 건네는 질문 가운데 '경찰이 순찰 활동이나 교통 안전활동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도 있다"며 "치안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실제로 발생 사건 수도 줄고 체감안전도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순찰 활동이나 교통 안전활동 등 경찰의 노력 수준을 평가한 분야에서도 인천경찰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천경찰청은 각종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인천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가로등 등 안전시설도 늘려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체감안전도 조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며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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