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탱크 시설 3D스캔…송유관공사 안전관리 부실 수사

10일 고양 저유소 화재를 조사 중인 수사 당국이 5시간에 걸친 2차 합동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소방서 등과 함께 현장감식을 시작해 오후 3시께 완료했다고 밝혔다.

감식팀은 잔디에 붙은 불이 유증 환기구를 통해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유증기 농도 분석 작업 등을 위해 유증 환기구 주변 공기를 포집했다.

또 유류탱크 시설의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3D 스캔 작업도 벌였다.

이날 감식 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폭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장감식과 별개로 수사팀은 대한송유관공사 측 과실과 안전관리 책임을 묻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도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10일부터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인력을 지원해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풍등을 날린 20대 스리랑카인 근로자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수사의 방향을 대한송유관공사 측으로 정조준했다.

잔디 화재가 저유소 휘발유탱크 폭발로 이어지기까지 18분이나 되는 시간이 있었으나, 대한송유관공사 측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근무일지와 안전관리규정 관련 내부 문건 등 각종 자료를 제출받고, 시설 내외부 폐쇄회로(CC)TV 기록을 분석 중이다.

또 건설 당시 부실공사의 가능성까지 살펴보기 위해 설계도면을 확보한 상태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어질 전망이다.

저유소 뒤편의 공사현장에서 호기심에 풍등을 날린 A(27·스리랑카)씨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지난 10일 석방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한다. 조만간 A씨를 소환해 3차 조사를 할 예정이다.

A씨는 1차 조사에서는 인근 저유소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2차 때는 "몰랐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풍등을 날린 곳과 저유소 간 거리가 300m에 불과하고 A씨가 풍등을 쫓아 달려갔던 점 등으로 미뤄 A씨의 진술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혐의를 경찰이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석유 260만 리터가 불타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또, 저유소에서 약 25km 떨어진 서울 잠실 등에서도 새까만 연기가 관측될 정도로 불길이 거세 인근 주민들은 휴일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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