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세정과장 강구인

식사 끝! 입안 음식은 5초안에 모두 삼키고 연병장에 집합!

대학 1년 시절 교련과목과 관련하여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1주일의 병영집체훈련 때의 식사시간 풍경이다. 배고픈 친구들은 식기를 들고 잔반통으로 가면서 허겁지겁 먹다가 느닷없는 곤봉세례를 받기도 하였다. 몇 끼의 그런 분위기를 지나고 나면 학습 효과 탓인지, 거의 모든 훈병들이 1식3찬 식판을 온통 국에 말아 넣고, 젓가락질은 필요도 없이 숟가락 하나로 식사시간 3분이면 끝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체험학습이었지만 식사나 화생방훈련 등 너무나 고된 시간이었다. 그래도 나는 물이라도 펑펑 쓰는 훈련소에 배치된 것이라 한다. 다른 예비사 훈련소에 갔다 온 친구들 말에 따르면, 물까지 부족한 터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 후에 정식으로 군입대차 논산훈련소 입소를 하였다. 그러나 병영집체훈련 시절의 악몽은 그때뿐이었고, 모든 훈련이 훨씬 수월하였던 기억이다.

하수구라는 용어조차 모르던 어린 시절, 집집이 수채(水寨)구멍이라 하여 담장 한쪽 구석에 마당의 빗물이나 집안의 허드렛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었다. 개숫물이나 쌀뜨물을 쏟아 버리는 곳이기도 했다. 또한 시어머니들의 잔소리가 나오는 구멍이기도 했다. 새댁들이 버리는 뜨물이나 설거지물에 밥알이 한 톨이라도 버려지면 난리가 나곤 했다. 사흘 굶은 시어미의 며느리 닦달모습이 선하다. 요즘의 물질만능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겠다.

위 예화는 잔반(殘飯)이야기다. 요즘 구내식당을 이용하다보면 식판에 적당량을 떠서 잔반을 남기지 않아야 하거늘, 해도 해도 너무들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식탐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 직원들이 나하고 같이 식사 할 때는 가끔 내 눈치를 보는 친구들도 있다. 내는 거의 사찰공양그릇 비우듯 깨끗이 비워 본인들 식기와는 대조적이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잔반을 줄일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관상이야기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식사할 때 꼭 돼지같이 게걸스럽고 지저분하게 먹는 인간이 죽으면 돼지정육과 같이 배를 가르는 일이 생긴다고. 평소에 깨끗하지 못한 행동은 무덤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경구일 것이다. 요즘 우리가 무심히 버린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거북이 코에 박힌 사진이 심각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잔반쓰레기의 폐해도 같은 것이거늘.... 재활용업무를 담당할 때 잔반처리업체를 점검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한 번씩 견학하게 하면 어떨까?

잔반이 안 나오면 일자리창출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궤변도 있겠지만, 우리 구내식당에서도 한 달에 한두 번쯤은 잔반통을 치우고 ‘毋殘飯(무잔반 : 잔반 버리지 말자)을 실천해 보면 좋겠다. 걸림돌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 문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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