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벨트.
▲ 안전벨트.

손님 "택시 뒷좌석도 매야 하나요?"… 기사 "안전띠 매라면 싫어해"
승용차 · 택시 승객 대부분 안전띠 미착용… 안전의식 아직 '걸음마'

"택시 뒷좌석도 안전띠를 매야 하나요? 오늘 처음 알았네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전 모(37) 씨는 '아차'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출근길에 택시를 이용했다는 전씨는 "오늘부터 전 좌석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택시에서까지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택시를 탈 때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기사의 안내도 없었다"면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다.

도로교통법 개정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택시 뒷좌석에 탄 승객들은 대부분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개정된 법은 자동차전용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까지 법으로 규정한 모든 도로에서 차량 탑승자 전원이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동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어 과태료 3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5년간 택시 운전을 했다는 정 모(62) 씨는 "오늘 아침 6시 출근해 지금까지 승객 7명을 태웠는데 모두 안전벨트 안 맸다. 사실 승객들에게 안전띠를 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뒷좌석에 타는 승객들에게 안전띠를 매라고 하면 싫어한다"면서 "안내만 하면 운전자 책임도 묻지 않는다고 하니 앞으로 안내는 해도 굳이 매라고 강요는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택시·버스의 경우 안전띠가 설치돼 있으나 승객이 운전사로부터 안전띠 착용을 안내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때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는다.

서울 시내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들도 대부분 안전띠 착용 의무를 지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출근길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살펴본 승용차 10대 중 6∼7대가량은 뒷좌석 안전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뒷좌석에 앉은 어린이가 안전띠를 하지 않고 몸을 운전석 쪽으로 한껏 숙인 채 운전자와 대화하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경찰은 서울 광화문광장 교차로에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경찰들은 '빨간불' 신호에 정차한 차를 대상으로 유인물을 나눠주며 뒷좌석에도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경찰이 유인물을 나눠주자 뒷좌석 탑승객들은 재빨리 안전띠를 착용하면서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경찰은 11월 말까지 계도 활동을 벌인 뒤 12월부터는 안전띠 미착용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개정된 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6세 미만 영유아가 탑승하면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과 관련,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둔 직장인 정 모(32·여) 씨는 "택시를 탈 때까지 카시트를 챙겨 들고 다니는 부모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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