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단지 사건은 1977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윤흥길의 중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배경이 되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을 통해 도시 소시민의 위선과,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경찰의 보호관찰 대상자이자 시위사건 주동자였던 권씨가 학교 교사인 오 선생의 문간방으로 이사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참담한 고생 끝에 경기 성남 시청 뒷산 은행주택을 산 다음, 자그마치 100평 대지 위에 슬라브 집을 지은 오 선생. 그의 집에 권(안동 권)씨네가 문간방으로 이사하던 날. 그 풍경이 가관이다 못해 장관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화이트 컬러 노동자의 상징인 구두. 권씨는 문간방에 살망정 반짝이는 구두를 신는다. 어쩌면 그에게 구두는 지식인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것인지 모른다.

도시 빈민으로 이리저리 밀려다닐 처지인 그가 남겨진 아홉 켤레의 구두를 통해 지키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또 돌아오지 않는(떠나간) 한 켤레의 구두는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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