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편집위원

음력 8월15일은 한가위이다. 얼마 있으면 오는 날이다, 이날은 우리나라 고유명절 중추절 한가위이다, 부모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송편을 빚으며 오순도순 가족애를 담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요즈음 세상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선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중추절 한가위를 맞이하면서 10년이 지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지난 5천년 역사속에 부계혈족, 가부장적 사회속에서 뿌리(족보)를 지켜 내려온 기성세대 이다. 요즈음 사회가 남녀 비례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여자들의 결혼 기피현상으로 농촌에서는 국제결혼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 결혼으로 이루워진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자녀가 30 ~ 40%에 육박할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도 단일민족, 백의민족에서 다문화 민족이 되어 가는 세상이다,

2004년 9월 9일 국회에서 이경숙 국회의원외 155명이 발의한 민법 중 개정 법률안이 재적 296명 재석 235명 찬성 161명 반대 59명 기권 16명으로 통과했다. 이 여세를 몰아 2005년 12월 28일 역시 이경숙 국회의원 외 43인이 공동 발의한 신분관계의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됨에 따라 2008년 1월 1일부터 호주제와 호적이 사라지고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생겨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 단위로 호적을 편제하던 방식을 국민 개인별로 등록기준지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편제하고 기존의 본적 개념 가(家)의 근거지로 편제하는 호적을 폐지하는데 있다.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를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당사자가 혼인신고 시 자녀의 성과 본을 모의 성과 본으로 따르기로 하는 협의를 한 경우 그 자녀는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였다.

2007년 12월말에 호주제와 호적법 폐지법안이 통과 되었다. 다시 말하면 2008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가족관계 등록제도가 도입되면서 호주제의 폐지로 인해 부계중심 호주제에서 출생신고 시 부부 합의하에 성씨가 母의 성으로, 부부가 이혼을 하고 모(母)가 재혼하였을 때 자녀의 성(姓)이 새 아버지의 성(姓)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00년동안 지켜온 부계혈족의 사회적 생활 속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관습, 족보를 통해 비추워진 호주제의 역사를 살펴 보면서 조금이나마 생활속의 가족에 대하여 이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땅에서 우리를 대변해온 뿌리는 족보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단일민족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고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뿌리가 역사에 묻혀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호주제는 족보에서 찾아 볼수 있고 우리나라의 족보는 세계에서 부러워 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이는 그만큼 혈통을 중시하는 사상이 지배적이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지켜온 가문의 족보를 문헌으로 만들어 2천년 가까이 기록 해온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사이, 한쪽에선 그 깊이를 외면하고 없애려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깊이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족보는 유전자 연구의 세계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넘어야 할 산은 호주제와 호적이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라고 생각하려는데 있다.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호주제는 조선시대에 식년제로 만들어진 호적대장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현존하는 자료는 상주목 호적대장, 언양현 호적대장, 단성현 호적대장 등이 있다. 이중에서 단성현 호적대장에 호주라는 단어와 호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되어있다. 물론 시대별로 용도의 쓰임은 달랐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호구 파악 문서는 ‘신라장적’ 이다. 신라장적은 ‘신라촌락문서’라고도 한다. 1930년대에 이 문서가 발견된 이래, 이것을 이용하여 신라시기의 사회구조나 경제관계를 밝힌 논문이 많았다.

2001년 11월 경기 광주에서 어린이 미이라가 출토되었다. 현대과학과 의학기술을 동원하여 조사한 결과, 이 어린이의 사인은 결핵으로 추정되었다. 500년 전 미이라와 현재 인간과의 DNA 검사는 그가 해평 윤씨의 자손임을 밝히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족보가 그것을 뒷받침 해주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민족'은 생물학적 개념이 아닌 사회, 문화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고, '인종'은 DNA와 피부색으로 구분되는 확실한 생물학적 개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혈통'이란 것은 거의 정확히 '인종'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책적으로 방향을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수백 년 동안 지켜온 관습을 하루아침에 무너트리면 사회가 더욱 혼란스럽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고 밝은 정신문화가 존재하는 법이다.

인간에게 혈통 증명서란 바로 족보가 아닌가. 하물며 개에게도 혈통증명서라는 것이 있어, 동물도 족보를 만들고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마당에 천년 동안 선조의 얼과 조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족보가 사라지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성(姓)이 다를 수 있는 괴이한 시대가 오고 있으니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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