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성남시 분당구 이매2동장

지방선거 준비로 더 한층 바쁘던 지난 5월31일, 햇볕은 따가웠지만 그 날도 어김없이 마을을 돌아 보며 현장 행정을 하였다. 주민 생활에 이런저런 불편함은 없는지 오전에 부착한 선거벽보는 튼튼하게 붙어 있는지 살펴보던 때에 길 건너편에서 누가 ‘동장님!’ 하고 부른다. 사실은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걷고 있었는데 어찌 알아 보았는지, 횡단보도를 건너가 보니 난데없이 오전에도 멀쩡하던 버스정류장에 전혀 생뚱맞은 이름의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이다. 누가 그랬는지 나에게 따져 물으려고 나를 불렀던 것인데 나 또한 난감할 수 밖에. 그런데 마침 정류장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드라마 촬영 중이라고 얘기해 준다. 그 때에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던 이들, 그 앞 매송 어린이 공원에도 많은 이들이 무리지어 있었고 도로변에도 촬영지원 차량 등이 정차해 있었다. 무리 중에서 책임 있는 촬영 스텝을 찾아 촬영 일정 등을 물어 보고 주민생활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당부하고는 가던 길을 향했다.

7월 어느 날,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에 지상파 방송마다 새로운 주말 드라마가 속속 시작되었고 그 중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였는데 다른 때와 달리 드라마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는 거다. ‘어! 여기는’ 어디서 많이 보던 곳이 나온다. ‘아하! 그 때 촬영하던 그 드라마가 바로 이거 였구나!’ 너무 반가운 나머지 여름 밤의 뜨거운 기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라마 속으로 빠져드는데 하필이면 드라마에 나오는 그 곳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름마을 그 곳이 사고의 배경이 되는 장소였고 사고로 인해 주인공이 코마에 빠지게 되는 시발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드라마 전개상 중요한 매개가 되는 터였기에 사고마저도 반가웠다.

내가 늘,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보는 그 장소를 드라마에서 보게 되고 그로 인해 그 드라마와 친하게 되는 것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유 불문 하고 말이다. 가끔은 내가 주인공이었던 결혼식의 영상을 보고 얼마나 즐거웠던가! 용인시와 성남시 간의 도로 분쟁으로 밤샘을 하며 용인시의 도로 연결 공사를 막아 내던 그 때에 현장에서 성남시의 공무원이자 자랑스런 성남시민의 1인으로서 지상파 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한 영상을 보고는 얼마나 자랑스러웠던가! 물론 지금은 그렇지만은 않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드라마속의 주인공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드라마 속에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해 보기도 한다. 나의 주변이 수많은 사람이 보는 드라마 속에 등장한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우리 자신은 늘 거듭되는 일상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얼마만큼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일까?

성남시청 2층의 종합홍보관엘 가면 성남시 관내의 여러 관광 명소를 마치 현장에서 있는 것처럼 또는 성남시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의 장면 속 주인공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크로마키 기법의 ‘성남구경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다. 그 또한 내가 생활하는 나의 주변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즐길 수 있게 하는, 즉 행복을 선물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아름마을의 주민들은 아마도 다른 마을에 사는 이들에 비하여 종영을 앞둔 그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은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이 곳 아름마을에 살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이 늘 지나 다니는 그 길이 오래토록 영상에 남아 있을테니 그렇고 그 길을 걸으며 드라마 속의 주인공을 생각하고는 한번쯤 웃음을 지을 수 있을테니 그렇다는 말이다. 행복은 어디쯤 있는 것일까? 행복은 찾는 이의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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