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작가의 문학치료 워크숍 참관기

모처럼 인천행 전철을 탔다. 요즘 SNS를 통해서 알게 된 김명희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내와 함께 동인천역에서 하차하여 3번 출구로 나와 택시를 탔다. 아내가 인천은 자주 왔었다고 했지만, 초행길은 돈을 아낄 필요가 없다. 택시를 타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급하게 서두른 덕에 강의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애정 관장의 안내로 ‘서담재 갤러리(인천 중구 송학로 25-15, 032-773-3013)’ 내부를 둘러보았다. 1935년에 건축된 ‘서담재’는 일본 기업체 관사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전업 관사, 해방 후 한국전력 사옥, 1961년 이후에는 개인 주택으로 사용된 적산가옥이란다. 건축물의 외형구조는 그대로 보존하고, 일본 주택의 독특한 내부구조를 최대한 살려 2015년 10월에 문화공간 ‘서담재 갤러리’로 개관하여 상설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문화모임이 이뤄지는 인문학적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2018년 천 개의 생활문화동아리 육성 및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개최하는 ‘문학치료 워크숍’에서 오늘은 ‘사회와 시의 탄생 함수관계 이해’라는 주제의 강의였다. 오는 9월 18일(사회문제를 다룬 시와 시의 치유 에너지)과 10월 2일(시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 16일(시 창작 실전 및 자작시 낭송-나의 상처를 시로 껴안아보기) 총 4회에 걸쳐 서담독서회 회원들과 함께 화요일마다 주제별로 진행한다. 김명희 작가의 치열했던 삶의 체험담을 들려주며 진행하는 강의는 귀에 쏙쏙 들어오며, 인천 앞바다의 파도처럼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을 환승하고픈 욕망이 있을 것이다. 김명희 작가는 지난 8월에는 J 신문사가 주최한 독자 참여 이벤트 ‘인생환승샷’에서 1등상인 더오래상에 뽑히기도 했다. “소녀 가장으로 열여섯 가지 직업을 떠돌며 힘들게 돈을 벌다가 검정고시를 통해 방송대 국문학과에 입학,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한 사연으로 심사위원과 독자의 호응을 얻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어 필자도 스크랩해놓았던 터였다.

소설집 ‘붉은 해변’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3년간의 작업 끝에 한국전쟁 중의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다룬 ‘붉은 해변’에서는 맥아더는 영웅이 되었지만, 화염 속에서 산 채로 불타 죽은 월미도 주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작전이 있기 전 사흘 동안 미연합군 폭격기가 네이팜탄을 불비처럼 퍼부어 인천 월미도 주민 수백 명이 학살당했다. 작가 김명희는 종전 70년이 지난 월미도 해변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와 희생, 이 두 명제를 두고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김명희 작가의 메디컬 장편소설 ‘헬로! 나이팅게일’도 주목받고 있다. 전국 대형병원 간호사들과 직간접으로 대화를 나눈 실화를 토대로 심혈을 기울여 쓴 간호사 인권소설이다. 작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가 없지만, 작은 힘도 모으면 큰 힘이 된다. 이 책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펀딩 후원으로 만들어진다. 제작비 후원은 링크((https://tumblbug.com/noveljakga)로 들어가 접수하면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간호사들을 응원한 후원금 전액은 책과 기념선물로 100% 보답하며, 고맙고 아름다운 이름들을 책 뒷면에 남겨 영원히 기억하게 할 예정이란다. 

김명희 작가는 2006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시 ‘개성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시 ‘송현상회’로 시와시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시집 ‘빈 곳’이 있다. 2011년 UN이 정한 세계산림의 해 동화공모전에서 ‘산골친구 미르’로 대상, 2014년에는 장편소설 ‘불멸의 꽃’으로 제2회 직지소설문학 대상도 받았다. 2015년에는 ‘불멸의 꽃’이 세종나눔도서로 선정되었다.

붉은 해변, 소울박스, 260쪽, 1만2000원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