庭梧滿意秋(정오만의추)

籬菊繡墻頭(리국수장두)

雁影過金屋(안영과금옥)

蛩聲響草樓(공성향초루)

商風於野動(상풍어야동)

爽氣自山流(상기자산류)

賞景吟觴樂(상경음상락)

無窮興不收(무궁흥불수)

 

 

뜨락의 오동나무 가을 정취 가득하니

울밑의 국화꽃은 담장머리 수놓았네.

기러기 그림자는 금옥을 지나가고

귀뚜라미 노래 소리 초루에 울리누나.

가을바람은 들에서 진동하고

상쾌한 기운은 산으로 흐르누나.

이 경치 감상하며 시와 술을 즐기니

끝없는 흥취를 거둘 수가 없구나.

 

* 시어해설

秋興=가을의 흥취

金屋=화려한 대궐이나 가옥

草樓=짚이나 새, 갈대 따위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인 집

商風=가을철에 부는 상쾌하고 선선한 바람인데 옛날부터 상업이나 상인 등 장사나 장사치를 가리키는 말에 썼다. 중국 초기 왕조인 商나라도 이와 관련이 있다. 숫자 계산을 뜻하는 商 자가 왜 가을을 가리키는 걸까?

商 자를 음악에도 쓰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정리한 음악이론에서 기본음은 宮商角徵羽(궁상각치우) 다섯 가지이다. 통틀어 五音(오음)이나 五聲(오성)이라 하고 서양 음계의 도레미솔라에 해당된다. 宮商角徵羽(궁상각치우) 오음은 다섯이라는 가짓수 때문에 五行(오행)과 짝이 맞는다. 오행은 거의 모든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萬能(만능)의 사고방식. 오음을 오행에 맞춰보면 宮은 土(흙토), 商은 金(쇠 금), 角은 木(나무목), 徵는 火(불화), 羽는 水(물수)와 짝이 된다. 오행은 방위나 계절과도 연결되는데 금이 가을 기운을 가리키므로 금과 짝을 이룬 상은 그래서 가을이다.

서명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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