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편집위원

오늘도 재래시장 외진 바닥에서 할아버지가 뻥튀기 장사를 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세상은 요지경” 노래에 맞춰 열심히 풀무질 중이다. 견딜 수 없을 만치 압력이 차면 둥그런 철망에 대고 쇠꼬챙이로 뚜껑을 재끼려는 찰나, 목에 핏줄을 세우고 “뻥이요, 뻥!”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치면 하얀 튀밥이 수북하게 쏟아진다. 강냉이 한 됫박을 튀기면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뻥튀기가 큰 자루에 그득하게 담긴다. 내 삶도 그렇게 한 번쯤 뻥하고 튀기고 싶은 가을이다.

우리나라는 5000만 인구에 공무원이 100만명이 넘는단다. 그런데도 내년에 또 3만6000명을 증원할 예정이란다. 일본은 1억2000에 겨우 30만인데…. 정부의 고위직 공무원 개각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전 정부에서 청와대 권력에 맞섰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국정원 이인자인 기획조정실장으로, 고졸 출신 삼성 상무로 이름을 날린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원장으로 앉혔다.

하지만 장관급 인사는 이번에도 현직 국회의원을 불러들여 부랴부랴 돌려막기다. 김부겸 행자부, 해양수산부 김영춘, 국토부 김현미,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중소벤처부 홍종학 장관도 전직 의원 출신이니 18개 부처 장관 중에 40%인 7개 부처가 입법과 행정을 겸임하는 대단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행정부다.

이번에 여성부 장관에 내정된 진선미 의원은 그렇다 치고, 50대 중반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한 유은혜 의원은 누가 봐도 대단한 관운을 타고났다. 여고 시절에 아버지가 과로사했다. 그때 문재인 변호사가 산재 인정을 받도록 도와주었단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미담이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약간의 상처야 나겠지만, 국회청문회쯤이야 무사하게 통과될 게 뻔하다. ‘가재는 게 편’이고 아직도 ‘현역불패’를 자랑하는 안방청문회이니.

그끄제 9월 1일 토요일이 제24회 통계의 날이었다. ‘호구조사규칙’이 최초로 마련된 1896년 9월 1일을 기념하며 1995년 9월 1일에 제정되었으며, 이후 2009년 4월에 법정기념일로 격상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현장을 방문하여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말은 그랬는데 데이터를 다루는 통계청장부터 조기 강판시켰다. 지난해 4분기에 쭉 올라갔던 ‘가계동향조사’ 그래프가 이번에 뚝 떨어진 게 이유란다. 그때처럼 그래야 좋았는데 지금처럼 그러면 안 된다는 식이다. 그 이전부터 페이스북에 올라온 장하성 교수의 글이 부적절한 통계자료의 인용이라서 통계청은 즉각 반박 설명 자료를 냈단다. 그런 그가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었고, 통계청장은 그 자료를 폐기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라는 말에서 괘씸죄로 토사구팽이 되었음이 감지된다.

28년 통계청 역사에서 이번이 17번째나 바뀌었다. 이번 신임 청장은 그래도 청와대의 입맛을 잘 맞출 것 같다. 임명 전에 그는 “가계동향조사의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장본인이니. 통계를 잘 이용하면서 귀염도 많이 받길 바란다. 그러나 진실로 국민이 바라는 바는 통계 수치의 높낮이가 아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새로운 통계를 아무리 내놓아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도 없다. 낚시꾼의 뻥이 심하다지만, 이제는 통계가 낚시꾼 입담보다 더 뻥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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