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피해 진술 유도 정황" vs 수원대 "전수조사서 피해자 늘어"

전 총장이 대학 교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해 유죄를 선고받는 등 사학비리로 내홍을 치른 수원대학교의 한 교수가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교수는 전 총장의 비리 의혹을 고발한 자신을 흠집 내고자 학교가 보복성 고발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교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현주 부장검사)는 성추행 등 혐의로 고발된 수원대 연극영화과 A 교수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수원대는 올해 2월 과거 A 교수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당했다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글이 교육부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올라와 교육부로부터 진상조사 요구를 받자 해당 글의 작성자와 연극영화과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모두 4명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판단, A 교수를 해임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A 교수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이 사건 행위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어느 정도의 신체적 접촉이 수반되는 실기 지도 중에 이뤄진 것으로 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A 교수는 수원대 교수협의회에서 활동하며 이인수 전 총장의 비리 의혹을 고발하다가 2013년 해직된 뒤 소송을 거쳐 복직한 자신에게 학교 측이 반격하고자 무리하게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가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본 것처럼 진술을 유도한 정황과 전혀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해임한 과정, 검찰의 무혐의 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학교의 보복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는 보복이라는 오해가 나올까 봐 자체조사를 할 때부터 무척 조심스러웠다"며 "그런데도 전수조사를 해보니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들이 추가로 나오고,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하고 고발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오해의 말이 나올 것으로 처음부터 우려했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져서 이득 볼 게 하나도 없다"며 "보복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 교수는 현재 수원대를 상대로 해임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고,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작성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이인수 전 총장은 교비를 자신의 소송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돼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교내 행사 300여 건의 일감을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몰아주고, 교비 19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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