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성남시 분당구 이매2동장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다. 부모의 슬하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젊은 부모는 자신들의 분신인 어린 자식들에 대하여 넘어질세라 혹여 먼지라도 묻을세라 보듬고 안으며 살펴보는데 절대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환갑에 다다른 장년의 부모도 성인이 된 자녀에 대하여 결혼을 했던지 안했던지 간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자식들이 밖에서 남의 손가락질은 받지는 않는지 노심초사하며 오직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안절부절 한다. 90이 다된 노년의 부모들은 또 어떠한가? 자녀가 지천명의 나이가 되고 환갑이 넘었어도 얼굴한번 볼라치면 ‘밥은 먹었냐? 어디 아프진 않느냐?’ 하며 온통 자식 걱정 뿐이다. 그렇다 자식을 둔 부모는 생이 다할 때까지 어떻게든 자신의 방식으로 자식을 케어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름의 재산을 축적하여 자식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준 능력자 부모에 대하여는 자식들이 적으나마 부모를 봉양하며 체면치레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힘겨웠던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잘 해주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늘 자식보기를 미안한 맘으로 대한다. ‘됐다, 너 잘 살면 됐지. 내 걱정은 하지도 말아라!’ 하는 그들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부모의 자화상이다.

어린 아이들은 그의 부모들이 워낙 잘 살펴보고 있으니 만큼 우리가 쏟아 붓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열정을 조금 나누어 앞선 자리에서 우리의 미래를 선도하며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을 살피는 사회로 거듭나야 하진 않을까? 내가 근무하는 아름마을에는 어린이 공원이 3개가 있다. 이중 하나만이라도 ‘어르신 공원’으로 약간 컨셉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주말에 지하철을 타면 객차 칸칸이에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같은 노선의 버스에는 그렇지 않다. 잠시 버스정류장에 머무르며 타고 내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에 차량의 계단 높이 때문에 난간을 의지하지 않고선 결코 올라설 수 없음이다. 물론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가 있지만 그 숫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타 지역보다는 낫다고 하는 성남시 경우에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합한 1,108대의 버스 중에서 저상버스는 시내버스 111대에 불과하다. 저상버스의 숫자를 점차 늘리고 있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버스 운전자와 승객간의 승하차 에티켓을 정하면 된다. 버스 승객은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할 때까지 차도로 내려서지 않으며 버스 운전자는 승객이 차도로 내려서지 않고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버스를 승강장에 바짝 대면 어르신의 승하차 어려움은 쉽사리 해결된다.

얼마 전 경로당에 어르신들을 살피러 갔을 적에 한 분이 ‘탄천에 내려가고 올라가는 계단에 난간을 설치해 주면 고맙겠다.’고 하신다. 탄천에 나가서 현장을 걸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잘 꾸몄다고 생각하는 이 탄천의 시설도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111년 만이라는 기록적인 폭염을 맞아 유난히 더운 날을 보내고 있는 올 여름, 유독 힘든 날들을 보내는건 어르신들 이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70대 어르신이 숨진 채 발견되었고 홀로 남겨진 부인은 체온이 40도를 넘은 채 발견되었으나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 근무지에서 홀몸 어르신이나 어르신 부부만이 살고 있는 세대에 대하여 건강음료 배달사업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어르신이 마실 음료를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안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지금도 그 사업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어 뿌듯했다.

잠시만 서서 생각을 해보면 어르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리라! 이젠 치사랑을 연구하고 실행할 때가 왔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