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편집위원

필자는 6·25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이며,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제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그야말로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들이다. 세계적으로는 2차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 미국 인구 중 29%를 차지한단다. 하지만 자녀 세대들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취업과 결혼이 늦어져, 베이비붐 세대는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과 함께 자녀에 대한 지출의 부담을 지금도 함께 지는 가장 불쌍한 세대이다.

필자는 군부정권 시절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무장공비 앞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반공 소년 이승복의 동상이 있는 운동장에서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에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 393자를 달달 외웠고, 김일성은 머리에 뿔 달린 악마로, 따발총을 든 북괴군은 말라깽이로 머리에 집어넣었다. 뺀질뺀질 말도 잘 안 듣던 중학교 때는 반공 웅변대회도 나갔다. 연설이 끝난 후 약지를 깨물어 습자지에 “북진통일”을 혈서로 썼다가 양호선생님께 꿀밤을 맞으며 된통 혼났다.

이번 8·15 광복절이 건국 70주년이냐 99주년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1948년을 건국으로 본다면 이전의 일제의 불법적 침략과 강점, 독립운동사, 임시정부 활동이 모두 건국과 별개의 일이 된다. 국민, 영토, 주권의 3요소가 있어야 국가가 성립된다. 그러므로 1919년 4월 13일은 항일민족운동의 중심 기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즉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 공화정 정부를 중국 상하이에 세운 날이다. (내년부터는 4월 13일이 아닌 4월 11일로 변경된단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그때 임신해서 1948년에 늦둥이로 출산한 게 맞다.

욕심 같으면 건국 4351주년이면 더욱 좋겠다. 우리나라의 시조인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개국하고 즉위한 게 BC2333년이었다. 따라서 2018년에 2333년을 더한 4351년을 우리나라 개국 원년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1948년 9월 25일 대한민국 법률 제4호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였으나 5·16군사정변 이후 1961년 12월 2일 법률 제775호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로 바뀌는 바람에 시조라던 단군왕검은 아예 뒷전으로 물러나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끈질기게 천황을 섬기는 일본은 건국신화에 따른 BC660년 진무천황을 시조로 2월 11일을 건국절로 기념한다. 한편 중국은 1911년 청나라가 멸망하고 쑨원을 대총통으로 하는 중화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2천 년간 지속한 전제정치가 종식되었다. 그러다가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중화민국의 장제스 총통을 타이완으로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대륙 본토에 세웠다. 참고로 북한은 1948년 9월 9일에 건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3대째 이어지는 독재 세습왕조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임금이 최저임금이라는데, 최저임금인상으로 된서리 맞은 소상공인들이 너도나도 반발하며 “못 해 먹겠다” 불복종 투쟁 중이란다. 그런데 모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비용을 정부 지원으로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단다. 아직 추석은 멀었는데 벌써 밥상물가에 서민들은 휘청거린다. 그나저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이란다. 정권을 잡자마자 한 맺힌 사람처럼 적폐청산에 헛심을 빼도 너무 빼고 있다. 한풀이 또한 너무 깊고 먼 길이다. 앞길, 살길도 막막한데 뒷길만 뒤지느라 정신없으니 신물 난다. 어둠을 밝혔던 그 촛불이 환하게 하는 게 아니라 화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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