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성남시 분당구 이매2동장

나는 B.M.W.족이다. 선망하던 BMW는 최근 폭염의 날씨를 비웃듯 더 큰 화를 주고 있지만 나는 오롯이 B.M.W.를 계속 사랑할 것이다. 아침이면 분당선 이매역 9번 출구를 나와 보행자도로와 지하보도를 통과하여 탄천에 들어서게 되고 세월교를 건너게 되는데 그때면 또 다른 선망을 만나게 된다. 이른 바 ‘전동킥보드 출근족’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첨단화된 IT를 무기로 대한민국의 중심을 자처하는 판교테크노밸리에 근무하고 있다. 그들의 일터도 일터이거니와 헬멧을 쓴 채 허리를 꼿꼿이 펴고 내 곁을 바람처럼 가르며 지나면 나는 한참을 그윽하게 바라보곤 한다,

전동킥보드를 자주 접하는 곳은 탄천 자전거 도로이다. 그러나 탄천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탄천 내에서 운행하는 전동킥보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름마을의 방아교 아래에선 종종 단속원들과 마주선 그들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단속업무를 하는 이는 나의 존경하는 후배님이다. SNS상에서 난 그를 자주 응원하곤 한다. 단속에 걸린 그들은 이제 하나 둘, 탄천위로 올라서고 있다. 하지만 일반 차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인도를 내 달리거나 인도 한 켠의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내가 탄천 세월교를 지날 때 만나게 되는 몇몇 전동킥보드 출근족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주변 상황을 체크하고 탄천 자전거도로를 이내 질주하거나 지하보도를 이용하여 위로 올라가는 것을 목격한다. 사무실에 출근한 이후에 아침 순찰을 할 때에도 그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그들은 방아교 횡단보도를 건너와 분당수서간고속화도로 쪽의 인도로 진행한다. ‘어! 그쪽은 막혀서 갈수가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전동킥보드에서 내려 가볍게 자신의 애마를 들고 운중천 계단을 내려선다. 그리곤 다시 일터인 판교 테크노밸리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 50cc 미만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고 있어 차도에서 운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시속 20~30㎞ 가량의 속도로 다니고 있어 일반 차량과 함께 차도를 달리는 것을 피하는 실정이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전동킥보드 사양을 확인해본 결과 최고속도는 20~45km인걸로 나타나고 있다. 나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닌다면 일반도로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인도에서 넘어지거나 보행자와 부딪힐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성남시의 젓줄인 탄천 내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탄천 자전거도로에서 일어나는 자전거 사고도 만만치 않다. 물론 성남시민이라면 모두 자전거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근 들어 늘어난 탄천의 전동킥보드는 조심하지 않는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골치가 아닐 수 없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사고가 2014년 40건에서 지난해 193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다른 차량과 부딪힌 사고가 58건이었고 인천에서는 마주 오는 차량과 부딪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정부에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함을 깨닫고 방안을 한시바삐 강구하길 기대한다. 차선책이지만 전국적으로 잘 꾸며진 자전거 도로를 전동킥보드가 다닐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단, 사고 발생시에는 전동킥보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그 이용자들이 백배 조심하게 조건을 건다면... 모두가 꿈꾸는 자랑스런 성남시의 판교테크노밸리에 근무하는 그들, 대한민국의 미래를 당당하게 할, 내가 선망하는 그 들에게 맘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맘 편하게 탄천을 가르고 운중천을 지나 출근하게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