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순덕입니다'…11일 기림일 행사 때 무료 배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일(8.14)을 앞두고 고 김순덕(1921∼2004) 할머니의 생애 이야기를 다룬 책 '내 이름은 '위안부'가 아닙니다. 나는 김순덕입니다'가 발간됐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은 "김순덕 할머니의 피해사항과 국내외 증언활동, 할머니와 관련한 에피소드와 추억 을 담은 이야기책 출판기념회를 11일 위안부 기림일 행사와 함께 연다"고 8일 밝혔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제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가 몇 분 안 되고 다들 고령이라 활동이 여의치 않은 시기가 됐다. 그동안 모아놓은 관련 자료들을 정리해서 한 분씩 소개하는 책을 엮게 됐다"며 "매년 한 분씩 생애를 다룬 책을 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한 김순덕 할머니의 생애사 책자에는 듣고 또 들어도 '울컥'하게 되는 위안부 피해 이야기 외에도 할머니의 아픔을 직접 그려 표현한 그림들이 담겨 눈길을 끈다.

심리치유를 위해 배우다 보니 손수 그린 그림은 서툴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때론 이야기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끌려감'이라는 그림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타지로 끌려가야 했던 조선 여인의 공포가 느껴진다.

'못다 핀 꽃'(1995년 4월 作) 그림으로 위안부 문제를 상징적으로 알렸던 김순덕 할머니는 1937년 17살 되던 해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꼬임에 속아 상하이로 끌려가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이후 난징을 거쳐 1940년 일본군 장교의 도움으로 귀국했다. 1992년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며 위안부 실상을 세상에 알려오다 2004년 6월 매번 참여했던 수요집회 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

'못다 핀 꽃'은 고령과 지병에도 일본군 만행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바늘과 실로 천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꽃을 새기고 그 위에 소녀를 함께 그려 넣은 작품이다.

댕기 머리에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 차림의 한 소녀가 못다 핀 꽃봉오리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무표정한 소녀의 얼굴에는 일본군 '성노예'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여성의 한과 고통이 묻어난다.

가로 50㎝, 세로 80㎝ 크기의 원본 그림은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걸려 있다.

나눔의 집과 위안부 피해자들은 국제사회가 위안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못다 핀 꽃'을 복사한 그림 액자를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나눔의 집은 이번에 김순덕 할머니 생애사 책자 500부를 찍어 기림일 행사 때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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