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 하늬해변 용치.
▲ 백령도 하늬해변 용치.

군사방어용… 남북관계 훈풍타고 철거 목소리
70~80년대 백령·연평도에 용 이빨 모양 설치

남북관계 해빙 무드를 계기로 인천 서해 5도 해변의 군사 방어시설 '용치(龍齒)'를 뽑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용치는 적 고무보트의 상륙이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1970∼1980년대 철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변에 설치한 것으로 용의 이빨처럼 생겨 용치라고 불린다.

인천녹색연합은 23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에는 안보와 국방을 위해 존재했지만 현재는 쓰임이 없는 용치가 오히려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용치는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이 이달 15∼17일 시행한 현장조사 결과, 백령도 1500개, 대청도 600개, 연평도 1200개 등 서해 5도에 약 3000∼4000개의 용치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멸종위기 종인 점박이물범 주요 서식지인 백령도 하늬해변,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인 대청도 옥죽포 해안,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연평도 구리동해수욕장 등지에도 용치가 설치돼 있다.

녹색연합은 용치로 인해 어항 기능 상실, 해수욕장 폐쇄, 어선 파손, 경관 훼손 등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부분 용치가 부식된 채로 묻혀 있는 등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방어시설 기능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장정구 황해섬보전센터장은 "용치가 전력상 방어시설로 필요하다면 관리를 철저히 하고 수요에 따라 보강을 해야겠지만, 대다수 용치는 이미 군에서 버린 시설이나 다름없는 만큼 조속히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용치 철거 건의서를 국방부·인천시·옹진군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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