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편집위원

“원기야! 워쩌면 좋다냐? 산척리방죽도 무너질 판이고 성뚝도 금방 터질 거란다.”

부엌에서 물을 퍼내던 내게 어머니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때는 1966년, 큰 물난리 때였다. 어떤 때는 열흘간이나 쉬지 않고 내렸다. 농토와 집들이 물에 잠기는 건 예사였고, 집에서 기르던 돼지, 닭 등 가축이 냇가로 둥둥 떠내려오기도 했다. 청학봉 기슭에 있는 학교로 너도나도 피난을 떠나고 있었다. 이미 오산천의 물은 불어 철교 밑까지 차올랐다. 다리 밑에 살던 거지들까지 다 떠내려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문도 횡횡하게 되었다.

지난주는 그래도 서늘한 바람까지 이따금 불어줘서 크게 더위를 느끼지 않았다. 역 앞 전광판에도 미세먼지 농도까지 ‘좋음’으로 나타나 주말과 주일을 맞아 밖으로 나들이하며 참 잘 보냈다. 하지만 장마전선이 내륙으로 북상하고 있단다. 제8호 태풍 ‘마리아(MARIA)’가 괌 북서쪽 먼 해상에서 치고 올라온단다. 이미 일본에서는 1000㎜ 안팎의 비가 내려 무려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무사히 빠져나가 중국에 상륙하자마자 소멸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는 평범한 말이다. 기회는 완벽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해 보지도 해내지도 못했던 일이니,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장맛비가 내리니 어렵던 그 시절 옛말이 생각난다. “행운의 여신은 앞머리가 길고 뒷머리는 없다. 그러니 앞머리를 휘날리며 다가올 때 잡아야 한다. 아차 싶어 조금 후에 잡으려면 이미 떠나간 뒷모습만 본다. 더구나 뒷머리는 민둥산처럼 아무것도 없으니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다.”

태풍처럼 강력하게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대통령 문재인’을 비판하면 그야말로 역적이며 수구·보수로 찍힌다. 거대한 보수정당을 촛불로 성난 민심을 잘못 판단해 지금은 비웃음거리로 됐다. 그 틈에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독식했으니 이제부터 문재인호는 ‘일엽편주에 두둥실’ 마음대로 갈 데까지 가는 거다. 하지만 모든 국정 책임을 홀로 떠안으니 맞바람도 만만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면 문재인 정부는 내각과 민주당 위에 군림하는 그야말로 황제급 대통령제라도 된 듯싶은 모양이다.

사실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당선자들은 대부분이 다 ‘문재인’이라는 이름 덕분에 얼결에 쉽게 당선됐다. 비록 단 한 번 그때 언제인가 찍었던 기념사진으로 대통령을 최대한 선거전에 끌어들였다. 아마도 그런 전법을 쓰지 않은 사람은 진짜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대통령 팔이’로 당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문재인=노무현식의 신패권주의가 곳곳에서 고개를 쳐들며 태풍의 눈을 만들려고 했다. 물론 ‘이제 밥 그만 먹자’라면서 볼멘소리를 하며 해산했다지만, 하필이면 이름이 부엉이가 뭔가.

“윗물이 맑아야 세수하기 좋다”고 했다. 참 답답한 세상이 됐다. 사람의 말과 뜻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 서로들 사건이 터지면 물타기 작전 아니면 맞불작전이다. 따지고 보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금배지 단 이들은 모두 도긴개긴이다. 봉급은 봉급대로 챙기고 어마어마한 특수활동비도 쌈짓돈처럼 사용했단다. 특활비는 영수증조차 필요 없는 법이 인정하는 눈먼 돈이다. 정말 그곳에 가면 양심도 팽개치고 욕심까지 서로서로 새까맣게 물들여주는가 보다. 요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소확행’이라는 사고방식이 유행이다. 어불성설(語不成說) 같지만,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일한 만큼 억대의 특활비도 맘대로 타가게 하면 된다. 장맛비 오는 참에 여의도 둠 밑에 사는 그자들 둥둥 떠내려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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