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풍력발전 기술 유출 시도…외국인 첫 사례

국가핵심기술을 비롯한 산업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한 대기업 협력업체 전 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 센터장 등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1명은 중국 업체에서 근무하는 중국인으로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기술 유출 혐의로 외국인을 기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검 형사1부(이시원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과 함께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연구원 권모(36) 씨와 중국인 이모(30·여) 씨, 교수 이모(39) 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고 4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권 씨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인 A사에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지난해 8월 24일부터 올해 2월 23일까지 A사가 보유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기술이 담긴 파일 5천130건을 빼내 중국의 경쟁업체에 넘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A사의 중국 경쟁업체 영업부장인 중국인 이 씨로부터 OLED 기술을 갖고 이직하면 기존 연봉의 3배 정도에 해당하는 2억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다른 연구원 3명과 함께 파일들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권 씨 등은 지난 5월 파일들이 담긴 외장 하드를 들고 중국으로 출국하려 했지만,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국정원에 체포돼 다행히 파일들이 중국 측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중국인 이 씨는 권 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공항에서 검거됐다.

O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색상 표현력이 뛰어나고 휘어짐이 용이한 디바이스 구조 등의 특성으로 인해 TV, 휴대전화 액정화면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OLED 관련 기술은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으며 현재 세계 OLED 패널 생산량의 95% 이상을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A사 또한 이 기술에 연구·개발비로만 500억여 원을 투자했다.

다른 국가핵심기술인 풍력발전 블레이드(날개) 시험·생산 기술을 중국에 넘기려 한 사례도 적발됐다.

수원지검 특수부(박길배 부장검사)에 따르면 교수 이 씨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의 전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한국기계연구원의 블레이드 시험·생산 기술 관련 파일 수천 개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교수 이 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중국의 한 블레이드 생산업체와 1억8천만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파일 가운데 일부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풍력발전 산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06년부터 600억여 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블레이드 시험·생산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검찰은 교수 이 씨가 향후 컨설팅 계약을 연장하고 파일들을 추가로 넘기려 했지만, 이 사건 수사로 체포돼 중요한 핵심기술이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OLED·풍력발전 기술 유출 시도 사건은 수원지검이 지난해 12월 첨단산업보호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 처리한 사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강제수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기술을 유출한 한국인과 공모한 해외 기업 관련자들은 처벌하기 어려웠다"며 "국정원의 사전 예방활동과 피해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로 중국인을 포함한 유출 시도자들을 검거해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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