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득연령 하향조정 공론화 필요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38번 국도를 달리던 K5 승용차가 인근 건물을 들이받아 차량 탑승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제공)

운전면허가 없는 10대가 운전대를 잡았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내는 사례가 빈발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면허 운전이 자신뿐 아니라 남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중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해야 하며, 차제에 렌터카 업체의 면허확인 절차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운전 욕구가 넘치는 10대 청소년들이 무면허 상태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현행 운전면허취득 최소연령을 낮추는 등 제도개선 측면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26일 오전 6시 10분께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38번 국도에서 고등학생 A(18) 군이 몰던 K5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변 건물을 들이받으면서 A군을 포함, 10대 탑승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이 끔찍한 사고의 사망자들은 모두 중고교생들로 남녀 각 2명씩이었다.

유일한 생존자인 남자 중학생도 중상을 입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A군 등이 이날 새벽 안성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사고 차량을 빌려 타고 가다가 사고를 낸 사실을 파악했다.

렌터카 업주는 A군이 제시한 운전면허증을 직접 확인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실제 A군은 면허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써는 운전 미숙인지, 차량결함 사고인지 등 경위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청소년 무면허 운전 교통사고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78건 발생, 한해 1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사고로 총 135명이 숨졌고, 765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신체는 충분히 발달하고, 운전하고 싶은 욕구는 넘치는데 청소년의 경각심 고취와 영리를 추구하는 렌터카 업체의 선의에만 기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무모한 질주로 청소년들이 희생당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 관점에서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이 지난 4월 펴낸 '운전면허 취득연령 개편방안'이라고 보고서는 눈여겨 볼만하다. 골자는 운전면허취득 최소연령을 현행보다 낮춰야 한다는 정책제안이다.

보고서는 현행 제1종 보통 및 제2종 보통 면허의 최소연령 기준을 현행 18세에서 16세로 하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만 16세까지 면허취득 연령이 내려가면 고등학교 1-2년 정도면 합법적으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면허취득을 위해서는 일정한 연습과 시험통과 절차가 있어서 무면허에 따른 대형참사 가능성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논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5.5세 이상부터 운전이 가능하다. 또한 덴마크, 아이슬란드, 독일, 헝가리, 네덜란드 등에서도 17세부터 면허취득이 이뤄진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단순히 어린 나이의 운전자는 사고위험이 크다는 인식으로 인해 논의조차 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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