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세정과장 강구인

‘홀어머니 내 모시고 살아가는 세상인데, 이 몸이 처녀라고, 이 몸이 처녀라고 남자 일을 못하나요...’ 처녀농군이란 유행가 가사의 일부다. 1960~70년대의 조금은 힘들었던 농촌풍경을 대변하는 노래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부친을 따라 1차 산업인 농업에 관광경영을 가미하여 6차 산업이라는 세련된 관광농업을 하고 있는 처녀농군 가족을 소개해 본다.

용인에 한터라는 지명이 있다. 말 그대로 큰 집터라 하여 대대(大垈)리 마을을 우리말로 한터라 부르고 있다. 대전을 한밭, 광주를 빛고을이라 하는 것과 같다. 새주소체계로 바뀌어 가며 정겨운 지명이 묻혀가는듯한 분위기가 좀 아쉽다. 그 살기 좋은 한터의 운다라니(雲達안) 계곡에 한터조랑말 농장이 있다. 농업 경영인으로 등록된 4부녀가 딸기농장과 오토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고, 딸들 중엔 처녀 농군도 있다. 이곳의 이력이 남다르고 선진적이다. 나의 20년지기이기도 한 주인은 60대 초반의 농업 경영인으로 계곡에서 젖소목장을 운영하다 뜻한 바 있어 20년 전에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체험위주 관광농업으로 전환을 했다. 그 시절엔 생소한 변화였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세 명의 따님도 부친 뜻에 따라 농업 경영인이 되었고, 관광농업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지인은 자칭 가족농업이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며칠 전 지인과 저녁을 하며 이런 저런 세상사를 안주로 삼았는데, 20년 전 목장에서 우유 짤 때 만나 지금까지 나와의 인연이야기, 1998년도의 여주 남한강변 은모래 사장에서 농업경영인 대회 참가시의 추억 등을 얘기하다, 자연스레 지금의 농업경영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그 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농업경영만이 살길이라 하며, 세 딸이 같이 종사하고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4부녀가 농업 경영인으로 등록되고, 같이 농업에 종사하는 사례도 없을 것이라며, 각종 농업 현안에 대하여 연령대별로 다른 가치관으로 보면서도 발전방안을 다각적으로 도출하는 과정이 굉장히 바람직스럽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이 고령화, 상대적인 소규모, 저가의 농산물 가격, 외국 농산물 수입 등으로 녹록한 편은 아니다. 축산, 원예 등 농촌의 힘든 부분도 어느 새 외국인 인력이 없이는 지탱하기 힘들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 적용이 외국인에게도 한국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여, 외국인 근로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불리한 여건이 농업 현실이다. 여기에 6차 산업 관광농업을 영위하는 처녀농군의 부친인 지인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가족농업으로 좀 더 고급화된 농업화로 가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재삼 처녀농군도 사랑스럽고, 선도적인 지인의 농업 발전관에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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