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마다 섬 숫자 달라… 전담기관 필요

▲ 하늘에서 본 우도.
▲ 하늘에서 본 우도.

우리나라에는 유천300개가 넘는 섬이 있지만 여러 부처에 업무가 흩어져 있어 종합적인 활용·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담 연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재선 선임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 통계는 해양수산부(유인도)와 행정안전부(무인도)로 나눠 작성하고 국토교통부가 지적공부에 등록된 섬을 기준으로 통계를 발표한다.

3개 부처의 통계는 제각각이다.

무인도의 경우 해수부는 2876개인 데 비해 국토부는 3191개로, 유인도의 경우 행정안전부는 472개라고 통계를 냈지만 국토부는 486개라고 발표했다.

유엔해양협약은 섬을 '물로 둘러싸여 있고 밀물 때에도 수면 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섬은 해양 영토의 기점이 되는 등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영해기점 23곳 가운데 20곳(유인도 7곳, 무인도 13곳)이 섬이다.

섬은 육지와 떨어진 고립된 특성으로 생태적 가치가 크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자산을 가지고 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지만 물과 전기공급 등이 원활하지 않아 생활여건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고 주민이 줄면서 무인도로 변하는 등 관리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전남의 유인도 39곳이 50년 후에는 무인도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상시로 사람이 이용하던 해역이 점차 빈 공간으로 변해 관리사각지대가 되는 '해역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해양 영토 관리 차원은 물론이고 섬 주민들의 정주 안정성 증진, 체계적인 개발, 섬의 가치 증대, 섬과 주변 해역의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한 정책 수요가 늘고 있지만 섬에 관한 조사와 연구, 정책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여러 부처에 섬 관련 업무가 분산돼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무인도서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인도 관리, 행안부는 '도서개발촉진법'을 근거로 유인도 업무를 각각 맡고 있다.

환경부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특정 섬의 생태계 보호를 담당한다.

섬의 위치, 해안선, 지형, 생태계, 소유 체계, 토지 이용 등의 업무도 개별법에 따라 여러 기관이 나눠서 수행하는 데다 조사 시기·방법·내용도 각기 달라 섬에 관한 자료와 정보의 체계적 관리에 한계가 있다.

특히 영해기점이 되는 섬들 가운데 무인도는 '무인도서법'에 따라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관리계획이 마련되고 있지만 유인도는 정기적 조사를 하는 근거 법령 등이 없다.

영해기점 섬은 해수부, 외교부, 국방부, 해경, 환경부, 행안부, 국토부, 국립해양조사원 등 다양한 부처와 기관이 관여하고 있음에도 조사협조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은 2010년에 우리나라 도서관리법의 내용과 시행 체계를 벤치마킹한 해도보호법을 제정하고 섬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국가해양국 산하에 섬 전담연구기관이 해도(섬)연구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50여 명의 연구진이 섬의 개발과 보호 등에 관한 연구와 기술개발, 정부의 입법 지원, 연안 재해 예방, 섬 문화 연구, 홍보 등을 맡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핑탄 섬에 섬 생태복원 실험실, 섬 과학박물관 등을 설치해 섬 연구의 국제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섬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해수부, 행안부, 환경부에 흩어진 섬 관련 연구기능을 한곳에 모아 전담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기관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설립해 해양수산개발원(해수부), 한국지방행정연구원(행안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환경부) 등 관련 연구기관의 섬 연구기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담 연구기관은 중국 해도연구센터처럼 지속가능한 섬 개발과 관리에 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지자체들의 해양수산 부문 혁신성장 전략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국내외 섬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조직을 구성하고 일본의 이도센터, 중국의 해도연구센터, 유럽의 작은도서연합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섬포럼을 개최하는 등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가는 기능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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