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군인들에게 값싸고 푸짐하게 제공해 인기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에는 10여개 음식점이 모인 '이동갈비집촌'이 있다. '이동'이라는 지명에서 이동갈비가 유래됐다. 이동갈비는 1960년대 군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유명해졌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군인들에게 갈비와 갈비의 나머지 살을 이쑤시개에 꽂아 싼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맛도 좋아 1970년대부터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하며 명성을 얻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양념을 해 참나무 숯불에 구워 먹는 수제 갈비다.

◇ 50여 년 전통의 포천 대표 음식

포천의 명산인 광덕산(해발높이 1천46m)과 백운산(904m), 각흘산(838m)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만나 영평천을 이루며 이동면 소재지를 관통해 흐른다. 영평천은 한탄강의 지류 중 하나이다. 개천을 따라가노라면 면 소재지와 백운계곡 사이에 줄줄이 늘어선 갈비식당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할머니갈빗집, ○○갈비, 원조○○갈비 등 이름도 다양하다. 포천이동갈비촌을 중심으로 이 일대에서 성업 중인 갈비전문식당은 20여 곳이다.

깊은 두메산골이 소갈비 요리의 본고장으로 떠오르게 된 연유는 뭘까? 포천시에 따르면 이동갈비가 태동한 때는 1950년대 후반이었다. 휴전선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일동면과 이동면 일대에 군부대가 밀집해 있는데 이곳 군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있었다. 값싸고 흔한 돼지갈비였다. 그것이 점차 소갈비로 바뀌면서 장교들의 회식 메뉴는 물론이고 병사들의 면회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군인을 주 대상으로 한 만큼 초창기엔 갈비의 양이 많되 값은 싸야 했다. 이에 맞춰 갈빗대를 잘게 자른 이른바 '쪽갈비'가 등장했다. 작은 갈빗대에 소고기 살을 이쑤시개로 꽂아 이은 10대를 1인분으로 내놓음으로써 식욕이 왕성한 군인들에게 포만감을 안겨줬다. 여기에 특유의 양념을 개발해 첨가함으로써 장병들은 물론 면회객들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이동갈비가 대중적 사랑을 받은 것은 1980년대부터란다. 1976년 포장도로가 생기고 80년대 들어 등산객과 관광객이 많이 증가하면서 이동갈비는 일반인들을 주 소비자로 하는 지역대표음식으로 부상했다. 30대 나이 때부터 갈비 식당을 운영했다는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의 김미자(84) 할머니는 이렇게 회고했다. "배고프던 시절이었지. 그때는 군인들을 상대로 장사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양이 많아야 했어. 이동갈비가 이만큼 유명해진 것은 다 군인들 덕분이야!"

전성기였던 1980년대의 이 지역 갈비식당은 30여 곳에 달했다. 경제발전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고 여행이 일상화하면서 이동갈비를 찾는 외지 손님들의 발길도 대폭 늘었다. 이동갈비 식당들은 기존의 분량 중심에서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며 시대 흐름에 부응했다.

◇ 생갈비 '담백' vs 양념갈비 '구수'

다른 지역의 갈비 요리가 그렇듯이 이동갈비도 생갈비와 양념갈비로 크게 나뉜다. 생갈비는 소고기 원자재를 그대로 사용해 특유의 질감과 맛을 느끼게 한다. 반면에 이동갈비의 진미인 양념갈비는 참기름, 배, 조청, 마늘, 파 생강 등 각종 재료로 만든 양념으로 숙성시켜 달콤함 등 다양한 맛을 낸다. '이맛갈비'의 김승겸(28) 매니저는 "손님 열 분 중 아홉 분이 찾으실 만큼 양념갈비의 선호도가 무척 높다"면서 "이 때문에 이동갈비라고 하면 양념갈비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양념갈비 맛은 식당마다 다소 차이가 난다. 양념과 숙성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기름기를 제거한 생갈비에 간장을 비롯해 생강, 마늘 등 채소류와 사과, 배, 키위, 파인애플 등 과일류를 중심으로 20가지 안팎의 각종 재료로 만든 양념을 넣고 3일가량 재어 숙성시킨다. 갈비 맛이 부드럽고 달콤한 것은 고기에 깊이 배어든 숙성 양념 덕분이다.

갈비의 맛과 식감을 더해주는 또 다른 비결은 굽는 재료와 방법. 이동갈비 식당들은 대부분 참숯과 실실이 석쇠를 이용한다. 참숯은 열량이 높아 짧은 시간에 갈비를 구워낼 뿐만 아니라 갈비 냄새도 말끔하게 없애준다. 실오라기를 이어놓은 듯한 실실이 석쇠는 열전도 방식의 구리 석쇠나 '스텐'(스테인리스강) 석쇠와 달리 대류 복사 방식으로 구울 수 있어 고기의 안팎이 잘 구워진 갈비의 맛을 느끼게 한다. 직화구이 방식의 실실이 석쇠를 사용하면 숯불과 갈비 육즙이 조화를 이루면서 소고기 본연의 맛을 향유케 한다.

양념 유무 등의 차이만큼 생갈비와 양념갈비는 먹는 방법에서 약간 다르다. 생갈비의 경우 적절히 잘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담백한 소고기의 본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양념갈비는 파채나 양파 등과 함께 먹을 때 식감이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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