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항만법·해사법원·'2대도시론' 충돌

해사법원 부산설립 공약이행 촉구하는 범시민추진위.
해사법원 부산설립 공약이행 촉구하는 범시민추진위.

6·13 인천시장 선거전에서 때아닌 '부산 찬가'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인천경실련이 제안한 공약에서 촉발됐다.

인천경실련과 인천YMCA는 해양수도 인천 건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인천시사편찬원 설립 등 인천에 필요한 25개 공약을 각 후보 캠프에 제안한 뒤 23일 각 캠프의 채택 여부를 발표했다.

발표 결과,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의 입장은 다소 엇갈렸다. 유 후보는 인천시민사회가 제안한 25개 공약 전부를 채택했지만, 박 후보는 13개 공약을 채택하되 나머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인 박 후보가 해운항만산업 균형발전특별법 제정, 해사법원 본원 유치 등 해양 관련 공약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인천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해양수도 부산 건설' 공약을 의식한 행보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행정고시 합격 후 해양수산부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을 보유한 박 후보는 곧바로 맞받아쳤다.

박 후보 선거대책위는 23일 논평에서 "해운항만산업 특별법이 시행되면 인천항보다 광양항이나 평택항 등 타 항만으로 국비지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엽적인 논란으로 타 지역을 자극하기보다 인천항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를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한국당 유 후보도 가세해 박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유 후보 선대위는 24일 '부산 찬가는 부산 가서 부르는 게 맞다'라는 논평에서 "중앙정부의 항만지원 사업이 부산에 편중돼 있는 기존 틀을 깨자는 것이 시민단체 제안 공약의 핵심"이라며 "유 후보 역시 신중한 검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부산을 둘러싼 두 후보의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 인천 출신 첫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유 후보는 올해 1월 "인천이 연내에 서울에 이어 제2대 도시로 등극할 것"이라며, 이제는 서울-인천-부산-대구 순서의 앞글자를 따 '서인부대'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당시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이 부산을 앞질렀고 경제성장률, 지방세 규모, 일자리 지표 등도 부산과 견주어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천 2대도시론을 주장했다.

박 후보는 그러나 지역에 전혀 실익이 없는 구호만 외치고 있다며 유 후보를 비난했다.

박 후보는 연초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서인부대'라는 슬로건은 서울과 인천으로 경제력과 각종 기관이 집중된다는 인상을 줄 뿐 실익이 없다"며 "오히려 정부의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실 여건을 정확히 분석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박 후보의 실리주의와, 지금까지 달성한 성과를 즐기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는 유 후보의 '자긍심 마케팅' 전략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