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취소에 초조와 실망, 불안감

접경지인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가 27일 나오자 접경지 주민들이 안도했다.

"남북미 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이 추진되길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 고위급의 강경 발언, 북미정상회담 취소, 국내 언론사의 핵실험장 폐기 취재 허가 지연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초조와 낙담, 안도감을 번갈아 느끼며 상황을 지켜봤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마을 김동구 이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에 봄이 온 것 같았는데 잠시 찬바람이 불어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이장은 "모내기 철이라 주민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여전히 군인들의 에스코트를 받는 등 화해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하는 우려마저 나와 주민들이 다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평생 북한군이 겨눈 총부리 앞에서 생활했는데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고 종전이 선언돼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인근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훈풍이 부는 줄 알았는데 분위기 침체와 반전으로 주민들이 헷갈리고 있다"며 "그동안 남북관계는 화해와 경색을 반복해 솔직히 판문점 선언도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이장은 "이제는 주민들도 눈으로 보여야 '되려나 보다'하고 믿는 것 같다"며 "그래도 과거와 달리 북한이 약속대로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남북 정상이 전화 한 통으로 쉽게 만나는 것을 보니 희망을 품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천지역 민통선 마을도 문 대통령의 판문점 선언 이행 재확인을 반겼다.

주민들은 2015년 8월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몹시 불안에 떨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횡산리와 삼곶리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말대로 남북 정상이 일상처럼 만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북미정상회담이 잘 진행돼 남북미 회담으로 이어지고 올해 안에 종전선언까지 이끌어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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