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액 추산방식 논란 속 "일부 단지 부담금 10억원대" 전망도

▲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서울 서초구청이 지난 15일 반포현대 아파트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당초 조합 예상의 16배 수준인 '억대'로 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100가구도 안 되는 소형 단지에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당 1억3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다른 대규모 단지들에 부담금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지난번 정부가 공개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가 최고 8억4000만원이었는데, 앞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10억원대' 설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재건축 부담금이 앞으로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종료시점 공시가격 12억3000→13악5000→14억2000 '고무줄'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종료(준공)시점의 주택가액(공시가격)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액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개발부담금을 합한 금액을 뺀 뒤 금액별 부과율을 곱해 산정한다.

반포현대 재건축 부담금은 이달 조합과 구청, 국토교통부 등을 거치며 널을 뛰었다. 종료 시점의 공시가격을 얼마로 보느냐에 대한 시각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조합이 지난 2일 처음 제출한 준공시점의 조합원분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12억3000만원이었다.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이 현재 65∼70%인 것을 감안하면 정상 집값 상승분을 더한 준공 후 아파트 시세를 17억5000만∼18억원대로 잡은 것이다. 재건축 조합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일 가구당 부담금이 '850만원'에 불과하다고 제출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이 재건축후 주택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며 서류를 돌려보냈고, 조합은 열흘 만인 지난 11일 1인당 '7157만원'으로 산정한 예상 부담금을 다시 제출했다. 준공시점의 조합원 주택 공시가격을 13억5000만원으로 높인 결과다.

그러나 국토부와 한국감정원 등이 평가한 공시가격은 이보다 더 높았고 결국 서초구청에선 최종 14억2000만원으로 추정해 15일 가구당 1억3569만원의 부담금 예정액을 통지했다.

이는 조합이 처음 써낸 예상 부담금의 16배에 달하고, 조합의 두번째 수정안에 비해서도 2배가량 많은 것이다.

준공시점 공시가격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이 아파트가 현재 준공이 됐다고 가정했을 때 주택형별 시세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 때문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조합은 인근 4개 단지만 평균해서 현 시세를 13억원 정도로 봤고, 구청은 반포 리체, 반포 자이 5개 단지의 시세를 평균해 15억원 정도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반포현대의 정상 집값 상승분을 연평균 4.1%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각자 추산한 현 시세에서 연평균 집값 상승률을 곱한 뒤 나온 금액에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비율을 곱해 종료시점 공시가격을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으로 현재 강남권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준공 때까지 매년 4.1%의 집값 상승이 가능한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또 100여 가구 밖에 안되는 소형 단지의 시세를 주변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으로 평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현지에서는 "100가구밖에 안되는 아파트와 수백, 수천가구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비슷하게 본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의견과 "반포 현대가 주변 아파트와 섞여 있어 나홀로 아파트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준공 후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예정액은 공식에 의해 신출하는 말 그대로의 예정액일 뿐 최종 부담금은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통지된 예정액보다 실제 부담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일 경우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부담금이 예정액보다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보유세 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현재 아파트 기준 65∼70%선인 공시가격 시가 반영률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아지면 조합의 개발이익이 커져 부담금도 그만큼 커진다.

◇ 반포3주구 부담금 "3억∼4억원 나오나" 패닉…다른 단지도 초긴장

반포현대의 재건축 부담금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반포현대의 부담금은 정부가 올해 초 공개한 서울 강남 4구 15개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평균 4억4000만원, 최고 8억4000\천만원)보다는 훨씬 낮다.

그런데도 강남권 반포 현대의 부담금에 놀라는 것은 이 아파트가 현재 가구수가 80가구, 준공 후 건설될 가구수가 108가구(임대 16가구 포함)에 불과하고, 조합원의 순수입이 될 일반분양분이 12가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애초 이 아파트의 부담금이 잘해야 수천만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이 아파트의 부담금이 1억3천500만원을 넘어서면서 단지 규모가 크고, 일반분양 수입이 많은 단지들은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재건축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날 각 재건축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에는 "우리 단지는 부담금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서초 반포3주구와 강남 대치 쌍용2차 등 당장 재건축 관리처분 신청을 앞둔 단지는 패닉에 빠졌다.

서초 반포3주구는 일부 조합원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재초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것을 요구했으나 조합 측이 자체 산출한 부담금이 6천만∼7천만원 선에 그치면서 무리하게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번 반포현대 사례에 미뤄볼 때 반포3주구의 조합원 부담금이 가구당 3억∼4억원은 족히 나올 것으로 추산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00가구밖에 안되는 반포현대의 시세를 주변 아파트 시세와 같다고 보면 반포3주구는 2천가구가 넘는 반포 주공1·2·4주구와 비슷한 시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며 "앞으로 반포3주구와 대치 쌍용2차의 부담금 예정액만 공개돼도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3주구와 대치 쌍용2차는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고민으로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남권을 대표하는 중층 아파트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 현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도 모두 재초환 대상이어서 높은 부담금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으나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반포 주공1·2·4주구, 송파구 잠실 진주 등의 단지도 지자체 검증 과정에서 인가 신청이 반려될 경우 재초환 대상이 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선 반포 주공 1·2·4주구나 한신15차처럼 조합원의 대지지분이 넓은 단지는 조합원당 재건축 부담금이 1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재초환에 대한 공포가 생각보다 강하다"며 "앞으로 강남 지역의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느려지거나 중단되는 곳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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