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순(시인·오산시문학회 사무국장)

불교도에게 해마다 음력 사월 초파일이 가까워져 오면 형형색색 연등(燃燈)을 절 마당이나 시청 광장에 가득 걸어놓고 부처님 오신 날(석가탄신일)을 기다린다.

불교인 최대 축제인 석가탄신일엔 평소 다니던 사찰이나 암자, 포교원을 찾아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영가 등) 살아계시거나 개인 또는 가족 이름으로 소원이 담긴 등을 달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과 자비가 온 누리에 두루 퍼져나가기를 기원하는 봉축 법요식과 제등행렬에 참석한다.

연등을 달고 불을 밝히는 것은 이 세상의 어둠(무지)을 밝힌다는 뜻이다. 부처님 생존 때 있었던 연등 행사에서 가장 가난한 여인이 정성으로 밝혔던 연등이 가장 밝고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전해온다.

불제자의 이상형을 소승불교에서는 ‘아라한(阿羅漢 : 온갖 번뇌를 끊고 사성제의 이치를 밝히어 얻어서 세상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한 공덕을 갖춘 성자)’, 대승불교에서는 ‘보살(菩薩 : 불도를 닦아 보리를 구하고 뭇 중생을 교화하여 부처의 다음 가는 지위에 있는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라한은 자신만을 위해 열반(涅槃 : 불도를 완전히 이루어 중생으로서의 모든 고통과 번뇌가 끊어진 해탈의 경지)을 얻으려 하므로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이 대승불교의 입장이다.

반대로 보살은 자신만의 사사로운 열반을 얻고자 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고 생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살은 세상의 궁극적 구원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다. 남을 도우며 정진하는 삶 자체가 중생을 위한 보살일진대 요즘은 보살이 되려는 불자는 별로 없고 아라한이 되려는 사람만 붐비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내 몸을 태워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진흙 속에서도 청결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연꽃처럼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불제자가 이 땅에 많이 탄생하기를 기원해보며 진제 조계종 종정께서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내린 법어와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의 축하 메시지를 음미해본다.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 되는 길은 우리 모두가 참선 수행으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평화와 행복은 내면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진리의 세계에는 나와 남이 따로 없고 시기와 질투, 갈등과 대립이 없으니 어찌 남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진흙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나듯 혼탁한 세상일수록 부처님의 지혜를 등불로 삼아야 합니다.” - 진제 큰스님

“우리 안의 자비와 공심(公心)을 되찾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탕평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축원합니다.” -염수정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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