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40여건 사기꾼에 당해…경찰 "부동산 거래 시 주의해야"

최근 서울 영등포의 한 원룸 건물 세입자인 사회초년생 수십명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알고 보니 원래 건물주가 부동산 전문 사기꾼에게 속아 약 50억원 상당의 원룸 건물을 계약금 1000만원만 받고 소유권을 넘겨줬다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부동산 사기 혐의로 이모(57)씨를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A씨로부터 접수됐다.
 
A씨는 앞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원룸 건물을 이씨에게 넘기기로 하고 계약금 1000만원을 받았다.

40여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9층짜리 건물로, 건물 가치는 47억6000만원이었다.

12억원 근저당 설정이 돼 있고, 35억6000만원이 임차보증금으로 잡혀 있었다.

이씨와 A씨는 보증금 등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1000만원, 매매잔금 1억1500만원에 건물을 양도하기로 계약했다. A씨는 이씨가 양도소득세(3억2000만원)를 대신 내주기로 하는 조건으로, 계약금만 받고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다.

두 사람은 원래 친분이 없었지만, 이씨가 재력가 행세를 하며 A씨에게 접근해 알게 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씨는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A씨에게 접근했고, 양도소득세를 대신 내주기는커녕 매매대금도 받지 못했다.

계약금만 믿고 먼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던 A씨는 1000만원에 50억원 가치의 건물을 넘긴 셈이 됐다.

이후 이씨는 월세 세입자들에게는 전세 보증금을 시세보다 싸게 해준다며 꼬드겨 월세를 전세로 전환, 보증금 10억원도 추가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건물을 담보로 주변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채무를 갚지 않자 결국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가 된 것이다.

이씨는 이미 당산동의 다른 원룸 건물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총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입자들은 이씨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현재 또 다른 사기사건으로 이미 구속이 된 상태이며, 부동산 소유권 이전 사기사건 관련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사기 등의 전과가 4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원룸 건물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잔존가치가 아무리 낮더라도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치른 후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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