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잠금장치 농약안전보관함 보급 '효험'

농가에 캐비닛 모양의 농약 안전보관함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농약 안심 보관함을 설치하고 나서는 우리 마을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잇따라 농민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경기 화성시 우정읍 한각1리 마을.

가족처럼 지내던 마을 주민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이 마을은 2012년 화성시보건소가 시행하는 '생명존중 그린마을' 사업에 참여했다.
 
화성시보건소가 2010년 전국 처음으로 시행한 생명존중 그린마을은 잠금장치가 부착된 농약 안전보관함을 농가별로 보급, 자살하려는 농민이 쉽게 농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자살사고 위험을 낮추는 사업이다.

1.2m 높이의 캐비닛 모양을 한 농약 안전보관함에 제초제 등 각종 농약을 한 곳에 모아 두고 자물쇠를 잠가 둬 열쇠로 따지 않고는 농약을 쉽게 꺼내 쓸 수가 없다.

농약 보관함 열쇠는 집안 안전한 곳에 놓아두거나 우울증세 등 자살 위험이 큰 징후를 갖고 있지 않은 가족이 따로 보관한다.

농민이 홧김에 또는 갑작스러운 우울증세로 인해 우발적으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예전에 농가에서는 대문 옆, 마루 위, 부엌 등 쉽게 눈에 띄는 곳에 농약이 널려 있어 충동적인 음독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화성시보건소가 2010년 생명존중 그린마을 사업을 시작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2010년 장안면 덕다2리, 장안4리, 장안7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화성지역 7개 읍·면 16개 마을이 사업에 참여했다.

그 결과 16개 마을에서 발생한 농약 음독자살 건수가 사업 시행 전 5건에서 2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한각1리를 비롯해 농약 음독 자살사건이 발생했던 청요2리, 운평3리에서는 더는 농약으로 인한 자살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각1리 최승렬(70) 이장은 "농약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예전에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시고 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농약 보관함을 설치하고 나서는 잠금장치 때문에 금방 열 수가 없어 자살하려는 마음을 없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 "마을에 자살하는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아 마을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화성시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이 사업의 성과가 알려지면서 경기도 30개 시·군도 농약 안전보관함을 도입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으며, 강원도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해 사업을 시행 중이다.

화성시보건소와 화성시자살예방센터는 농약 안전보관함 보급 외에도 농민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하고, 혼자사는 농민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는 등 다양한 농민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장수 화성시보건소장은 "생명존중 그린마을 사업이 시행되면서 농민의 농약 음독자살률이 급격히 낮아졌을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면서 "누구라도 생을 쉽게 포기할 수 없도록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선진국형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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