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거치는 국제항로 개설 추진, 국토부 "북측 타진에 관계부처 협의 중"

▲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북한이 우리 측 관할 공역을 거쳐 제3국을 오가는 국제 항로 개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항공 관련 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최근 평양 FIR(비행정보구역)와 인천 FIR를 연결하는 제3국과의 국제항로 개설을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항기구(ICAO)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북측이 ICAO에 제기한 항로 개설 문제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FIR는 비행정보 업무 및 조난 항공기에 대한 경보 업무를 제공하기 위해 ICAO가 가맹국에 할당하는 공역으로, 국가별 영토와 항행 지원 능력을 고려해 각국에 할당된다.

북한이 제3국을 오가는 항로 개설을 추진 중이라는 것은 이달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ICAO가 지난 3월 13일 우리 정부에 편지를 보내 '북한이 한국 공역을 지나는 새 항로 개설에 대해 논의하기 원하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한국의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해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로 이용은 당사국 간 협의할 문제인데, 남북 채널이 없어 ICAO가 중재하는 모양새"라며 "국제제재와 대북제재 등 선결 조건이 해소되면 항로에는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개설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한때 독일,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등 국제노선을 운영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잇따른 대북제재 등으로 항공 노선이 대폭 축소된 상태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핵도발로 ICAO가 북한 영공 통과의 위험성을 경고하자 해외 항공사들도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수교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노선만 운영하고, 북한 영공은 러시아 국적기만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그동안 영공 통과료로 챙기던 수입도 대폭 줄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북한 영공 통과료는 1회당 약 80만원 수준이다. 인천∼미주 노선의 경우 북한 영공을 이용하면 비행 거리를 약 200∼500㎞ 단축할 수 있어 우리 항공사들은 연간 약 160억원의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새 항로 개설 추진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개방 제스쳐를 취하면서 영공 통과료 수입 회복을 바라는 속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ICAO 관계자 2명이 중국을 거쳐 방북했다는 보도에 대해 국토부는 "새 항로 개척을 위한 논의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항공안전체계 점검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항공장관회의에 북한 항공국장과 ICAO 담당 국장이 참석했는데, ICAO는 북한이 예고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행위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를 포함해 항공안전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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