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편집위원

긴 세월을 가족위해
홀로 살아온 어머니
아내에게 용돈까지…

 

들기름 깨소금에
선물도 바리바리
끝없은 자식사랑에…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무산되었다. 애초에는 어버이날에 출근해야 하므로 가족 얼굴을 보기 어렵고, 부모님께 죄송한 날이 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기란 처음부터 힘든 상황이었다. 5월과 10월은 유독 휴무일이 많다. 물론 월급쟁이라면 좋겠지만, 하루하루 품을 파는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어제까지는 대체휴일이라서 사흘간 푹 쉬었다.

요즘 보름 이상을 조경에 매달렸다. 생각보다는 매우 힘겨운 일이다. 비가 오는 바람에 휴무했지만, 별로 마음은 편치 않다. 최소한 20여 일은 일해야 생계비를 간신히 채울 수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팀별로 일한다. 큰 나무보다는 작은 나무를 심는 일이 오히려 힘이 든다. 작은 나무는 팀별이 아닌 개인별로 할당량이 정해진다. 개인플레이라고 해서 전체의 성과를 따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작업이 끝나면 전체의 일감에 대한 평가가 저절로 비교된다.

구덩이를 파던 중 하필이면 개미집을 건드렸다. 깜짝 놀란 개미들이 분주하게 나와 무엇인가 물고 급히 피난 가고 있다. 그런 행동이 신기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개미에게는 비를 예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개미가 이사하면 비가 온다."는 옛말이 맞긴 맞았다. 반대로 날씨가 맑아지는 것을 예보하는 곤충도 있다. 매미가 요란한 소리로 울어대면 날씨가 갰다. 어머니 허리 통증이 심하신 모양이다. 마침 비가 오는 바람에 잠깐 짬을 내어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율곡은 ‘천하의 모든 물건 중에는 내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런데 이 몸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다’라고 했다. 어머니는 고단했던 시절을 살아오신 분이다. 단 한 번도 몸져누워계시거나 아프다는 소리조차 내신 적이 없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가족을 위해 긴 세월을 홀로 사셨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혼자서 살아가지 않듯이 어머니는 자식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살아오신 분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다. 어머니는 시어머니와 장모 그리고 할머니도 된다. 이 지구에서 하느님이 모두에게 사랑으로 품어주려고 하는데 손이 모자라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두 출가해 제 밥벌이는 하며 살아도 걱정과 근심의 짐을 내려놓지 않으신다. 특히, 큰 자식에 대한 애정은 지나칠 정도로 살갑다. 맏며느리인 백조의 두 손을 꼭 감싸고 고생 많다면서 오히려 어머니는 고맙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허리춤 안에서 꼬깃꼬깃 네 번이나 접은 쌈짓돈을 백조에게 쥐여주셨다. 집에 가서 밥하지 말고 부천 도착해서 먹고 들어가라 하신다. 특별한 벌이가 있을 리 없으니 용돈을 안 쓰고 모아두었을 피 같은 돈이다. 쌈짓돈은 쌈지에 들은 돈이라기보다 비자금과 같은 뜻이다. 쌈짓돈은 적은 돈이라지만 절대로 적지 않은 정이 넘치는 귀하디귀한 돈이다. 그뿐이 아니다. 들기름, 깨소금, 새우젓, 파, 표고버섯까지 바리바리 싸주셨다. 너무 좋아서 백조의 입이 귀에 걸렸다.

6~70년대에 카메라 앞에 서면 김치, 치즈, 위스키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80년대 이후부터는 개구리 뒷다리, 하야, 아저씨, 요즘에는 쓰레기, 싸가지, 똥파리, 명박기, 쥐새끼, 트럼 푸 등 점점 험악하다. 스웨덴 한림원 내부에서 성추문이 발생해서 올해는 노벨문학상도 주지 못하게 됐단다. 대신 내년에는 2명에게 준단다. 노벨문학상마저 제멋대로니 별 볼 일 없는 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받으시라”는 덕담에 “노벨평화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으면 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더니, 신바람 난 트럼프가 “탕탕탕” 총을 쏘고 칼로 찌르는 흉내까지 내가면서 야단법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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