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영 부장

예전 우리 집은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큰형부터 막내인 나까지 형제 6명, 총 아홉 식구가 저녁이 되면 작디작은 단칸방에 몸을 구겨넣은 듯 잠을 자다가 누군가 새벽녘에 화장실이라도 가면 자다가 난데없이 발이 밟힌 누군가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짜증을 내곤 했다.

아버지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절대자였고 집안 서열은 냉정했다. 한 가정에 내리 형성된 권력에 어린 나는 옥이야 금이야 예쁨 받는 또래 친구들이 부러운 동시에 불만도 많았다. 성장하면서 한때 불만을 가졌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나를 가두기도 했지만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이란 혹은 집이란 그런 것이다. 가족의 울타리를 확대하면 정당과 비슷하다. 정당은 서열과 권력이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비슷한 사상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원들을 동지라고 부르는 지도 모른다.

선거철이 되고 경선이 시작되면서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가족이나 동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대에게 심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 곳곳 선거지역에서 실제 오고가는 후보 간 공방 중에는 “당신은 자격이 없으니 사퇴하라, 음주운전 경력이 있으니 물러나라, 폭력전과가 있는 것 같은데, 여론 조작의 냄새가 난다, 심지어 과거에 성추행 의혹이 있는 것 같다. 조폭의 도움을 받았다”는 등 온갖 악의적 미사여구들이 춤을 추고 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는 유독 같은 당 예비 후보자들 간에 경선이 치열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당의 승리를 위해 검증된 후보자를 세워야 한다는 하나의 지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온갖 네거티브적인 행보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단체장이나 의원직은 그릇된 자가 올라앉을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의혹만이 난무한 사실을 확대해 서로 간에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난 후 그 상처에서 진물만이 흘러내리는 선거가 되면 국민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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