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기념식수는 처음…2007년 정상회담 때 노무현-김영남 진행

지난 6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판문점 현장 점검에 나서 도보 다리를 걷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65년간 분단의 상징이었던 군사분계선(MDL) 위에 평화를 염원하는 소나무를 심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공개한 남북 정상의 공동기념식수 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첫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별도 오찬을 가진 뒤 공동 기념식수로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기념식수에 쓰이는 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소나무로 선정됐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나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98년 소 떼를 몰고 고향을 방북했던 MDL 인근 '소 떼 길'에 심어진다. 당시 정 명예회장 일행은 판문점 북측 경비병 휴게소 오른쪽 공터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식수에 사용하는 흙과 물에도 남북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식수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재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주게 된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남북 정상의 서명이 새겨진다.

공동식수는 우리 측이 제안했고 북측이 수종과 표지석 문구 등을 모두 수락해 성사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남북은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도 소나무로 기념식수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나무를 심어 남북 정상의 공동 기념식수는 아니었다.

당시 기념식수에도 우리가 가져간 소나무가 사용됐고,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가져온 흙과 백록담과 천지의 물이 함께 사용됐다.

그러나 북측의 반대로 표지석은 설치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인 2007년 12월 18일에 방북, 북측을 설득해 표지석을 설치해야 했다.

한편 남북 정상은 공동식수를 마친 뒤 MDL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함께하며 담소를 나눈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 감독위가 판문점을 드나들 때 동선을 줄이기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들었다. 유엔군사령부에서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그대로 번역해 '도보다리'로 부르게 됐다.

'도보다리'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며 확장 공사가 진행됐다.

 청와대는 "도보다리의 확장된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 바로 앞까지 남북 정상이 함께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협력과 번영의 시대를 맞는다'는 커다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친교 행사'는 정상외교에서 정상 간 합의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상외교 일정 중 회담 같은 무게감 있는 일정만이 아니라, 양국 정상이 자연스럽게 개인적 친분을 다지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친교 행사가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례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백악관 3층의 개인 공간을 보여주며 둘 만의 시간을 가졌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을 산책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전동카트를 함께 타며 친분을 다졌다.

그 이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별장식 숙소에서 통역만 배석시킨 채 둘 만의 밀도 있는 대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남북 정상의 친교 산책 역시 우리 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북측에 먼저 제안했고, 북측이 수락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후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이 가벼운 마음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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