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중면 주민들 "남북회담 성공 기원"

"고사총탄이 날아오고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그런 비극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재관 전 연천군 중면 면장은 "남북 정상 회담이 잘 돼서 연천 주민들이 다시는 그런 불편을 겪지 않고, 지역 사회도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면장으로 재직했던 연천군 중면은 2014∼2015년 북한의 무력 도발로 직접적 피해를 겪었다. 2014년 10월에는 중면사무소 내 민방공대피소에 북한이 사격한 고사총 실탄 2발이 떨어졌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2015년 8월에는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인근 주민들이

집을 떠나 면사무소 내부 대피소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다시 찾은 중면사무소는 중면행정복지 센터로 이름을 바꾼 채 평화로운 분위기 속 봄기운에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센터 한쪽에 자리 잡은 민방공대피소와 고사총 피탄 흔적지는 군사적 대립이 한창이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북한은 남한에서 날아오는 대북전단 풍선을 고사총으로 조준 사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재관 면장은 2014년 당시 대북풍선을 날리는 탈북 단체를 막기 위해 중면 일대 곳곳의 길목을 트랙터로 차단하기도 했다.

임 면장은 "남북한 관계가 안 좋아지거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있으면 연천 지역 분위기는 곤두박질친다"며 "주민들은 아직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회담을 지켜보고 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중면 삼곶리에 사는 권모(61)씨는 2015년 서부전선 포격 도발 당시 대피소 생활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당시 이곳을 비롯한 접경지 주민들은 포격 도발 직후부터 남북 고위급 회담 타결까지 약 5일간 지하 대피소에 머물러야 했다.

권씨는 "생업인 농사도 못 지으면서 더운 여름철 답답한 지하에서 생활하려니 분통이 터졌다"며 "아무리 북한 도발에 이골이 난 주민들이라고 하지만 덥고 불편한 생활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이 잘 끝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62)씨는 "접경지 주민으로 살면서 남북한 대립 때문에 경제적, 정신적으로 희생을 많이 했다"며 "하루아침에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회담이 잘 성사돼서 주민들이 안심하고 잘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최근 밤에 잠들기가 한층 수월하다고 전했다. 밤마다 적막을 깨고 울리던 대남방송이 중단돼서다.

삼곶리 주민 윤모(59ㆍ여)씨는 "대남방송 소리도 멈췄으니 부디 총소리, 대포 소리도 다시는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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