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이틀 앞… 파주 접경 주민들 설레

파주시 민간인 통제선 북방지역 군내면 통일촌이 대남·대북 방송이 멈춰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선 북방지역 군내면 통일촌 들녘에는 못자리를 하기 위한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이 마을 어귀에서 만난 이완배(65) 이장은 "어제 오후부터 대남방송이 뚝 끊겼다"면서 "뉴스로만 접했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긴 이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서 북측도 맞대응으로 대남방송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면서 "밤낮없이 울어대는 확성기 소리에 마을 주민들은 소음공해에 시달렸는데, 어제 오후부터 방송이 멎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이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은 항상 긴장감을 느끼고 불안한 생활을 해왔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접경지 주민들이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남북한 주민이 하루빨리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실향민 최영주(85) 할머니는 "북한이 너무 쉽게 회담에 응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도 "회담을 지켜보면서 북측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때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광유(38)씨는 "첫 정상회담 이후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조성 등으로 긴장감이 많이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위협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회담에서 정전선언이 조속히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성동초등학교의 진영진(63) 교장은 "이번 회담이 남북 평화 통일로 나가는 첫걸음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비무장지대에 평화가 정착돼 주민, 학생들의 통행이 자유로워지는 등 학교와 지역이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마루촌 김경수 이장도 "지난 주말 북측의 핵실험장 폐기소식은 정말 환영할 일"이라면서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말뿐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핵실험장 폐기를 꼭 실천해주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권모술수에 뛰어나기는 하지만 미리부터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조치로 접경지역 긴장이 완화되고 경기회복까지 이어지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장마철이면 북에서 목함 지뢰가 떠내려와 군인 등이 다치거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으로 주민들이 늘 피해를 봤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이런 군사적 위험과 긴장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6년 전 동생과 탈북했다는 김모(46·여)씨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화해분위기가 무르익고 교류도 활발해져 하루빨리 통일이 돼 북에 있는 부모형제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파주 임진각 관광지와 오두산통일전망대에는 흐린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모두 2천500여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방문, 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일산 서구 대화동에 거주하는 김상호(42)씨는 "금방이라도 북한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서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 남북한이 한민족으로 다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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