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도'… 강화 최남단 작은 섬, 예술 영화관이 있다

▲ 동검도 가는 다리에 있는 하트모양 구조물. 연인들에게 인기다.
▲ 동검도 가는 다리에 있는 하트모양 구조물. 연인들에게 인기다.

땅거미가 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강화도 최남단의 작은 섬에 모였다.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 몇이 모여 보듯 영화를 즐기는 모습이 영화 '시네마 천국'처럼 느껴진다. 강화도 맨 남단에 붙은 부속 섬 '동검도' 이야기다.

이곳에 극장이 하나 들어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흔하디흔한 할리우드 영화가 지겹다거나 난해한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검도를 한번 방문하기를 권한다.

이곳에 있는 작은 영화관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 딱 좋아할 만한 작은 극장이기 때문이다.

1.61㎢, 작은 동검도에 사는 사람은 200여 명에 불과하다. 주민만을 위해 들어선 영화관은 아니다.

석양을 만끽하며 동검도를 찾았다. 이곳 영화관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극장 문을 열자 바로 앞에 한 중년 남성이 이어폰을 낀 채 골똘히 작업 중이다.

영화관 대표인 유상욱 감독이다. 영화작업 중이라고 한다.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인사를 대충 하고 영화관 특유의 울림 있는 음향에 끌려 왼쪽 복도로 향했다.

2층으로 난 계단 쪽에 있는 커튼을 무심코 슬쩍 열었다. 맙소사, 영화가 상영 중이다. 빛이 새나갈까 봐 암막 커튼이 쳐있는 것을 그만, 미안함에 후다닥 커튼을 닫았다.

얼핏 봤는데도 예술영화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스웨덴 영화라 했다. '천국에 있는 것처럼', 제목도 예술영화다웠다.

극장 구조는 특이했다. 1층과 2층 건물은 영화관을 가운데 두고 카페가 형성돼 있다. 관람석은 점점 위로 올라가 맨 끝쪽은 2층으로 통하게 돼 있다. 이쪽에서 영사기가 돌아가는 걸 볼 수 있다.

동검도는 워낙 작아 다른 즐길 거리가 있진 않다. 다만, 달이 뜨고 해가 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섬이라는 장점이 있다. 요즘 같은 때는 석양과 달이 정반대로 뜨고 지는 것을 한순간에 느낄 수 있다.

동검도로 들어서면 다리 한가운데 하트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밸런타인데이 등을 기념하고 싶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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