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의 법정관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 한국GM의 법정관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엥글 사장 한국에 머물러… 정부  중재 '다자  회의'  희망
생산시설 없애고 GM 철수 시 30만~50만명 일자리 위협

제너럴모터스(GM)가 자구안을 통한 한국지엠(GM)의 '회생'보다 사실상 파산 선언과 같은 '법정관리' 준비에 들어가면서, 우려했던 한국GM 철수와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연 GM측이 제시한 시한 20일까지 남은 5일 동안 정부, 산업은행, GM, 한국GM 노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마지막 담판을 통해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GM 법정관리 준비 착수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현재 재무·인사·법무 관련 조직을 통해 법정관리 신청 실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GM과 한국GM 경영진이 수차례 언급한 '자금 고갈' 시점인 20일 이후 곧바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한 내부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국을 방문한 본사 배리 엥글 사장은 노조와 비공개 면담에서 "3월 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 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4월 20일 정도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댄 암만 GM 총괄사장도 "모두(한국GM 이해관계자)가 다음 주 금요일(20일)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구조조정 데드라인이 '20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3일 전했다.

법정관리 등 GM의 최후 결정이 임박했다는 사실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책임자인 엥글 사장의 동향과 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일 오후 방한한 엥글 사장은 일단 다음 주까지 출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엥글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거의 평균 2주 만에 한 번씩 한국을 찾아 정부, 산업은행, 한국GM 노조, 지자체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GM 회생을 위한 투자 계획과 자구안을 설명하고 협조와 지원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1회 방문당 체류 기간이 2~3일에 불과했기 때문에, 만약 예정대로 엥글 사장이 다음 주말까지 거의 열흘간 한국에 머문다면, 한국GM에 대한 마지막 결단과 담판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금호타이어'식 정부 중재 담판 이뤄질까

현재 GM과 한국GM은 자금 고갈이 예상되는 20일 전까지 인건비 감축을 위한 극적인 노사 합의나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자구안 실행과 신규 투자를 통한 회생 계획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한국GM은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에서 계속 사업하고 싶다"며 한국GM에 빌려준 차입금 27억달러 출자전환, 2개 종류 신차 배정, 28억달러의 신차 생산시설·연구개발(R&D) 신규 투자 등 나름대로 현실성 있고 굵직한 회생 방안을 비교적 발 빠르게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GM 최고경영진의 한국GM 처리 기조가 '회생' 보다는 '법정관리'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초 상견례로 시작된 2018년도 임단협 노사 교섭이 두 달이 넘도록 진척 없이 헛돌면서 인건비 감축 가능성이 줄어든 데다, 산업은행의 한국GM 경영 실사도 당초 한국GM이 기대한 3월 말을 훌쩍 넘겨 5월에나 끝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기다리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GM 내부에서 커졌다는 게 한국GM 안팎의 전언이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조차 한국GM 부평·창원 공장 '외국인투자 지역' 지정 신청에 대해 "신성장 기술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남은 5일간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업은행, 한국GM 노조가 한자리에 앉아 해결 방안을 찾는 '다자 회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개별 외국인투자기업 노사 간 임단협 문제"라며 계속 뒷짐만 지고 관망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직전, 지난달 30일 정부·채권단·노사 간 다자 회의를 통해 결국 파국을 피한 '극적 타결'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와 달리 한국GM이 외국계 기업인 데다 부실 책임 논란 등까지 겹쳐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우려된다.

◇ 법정관리 시 추가 인력 구조조정…연구·디자인·판매만 남길 듯

실제로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파산)이나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현재 GM과 한국GM 내부 기류로 미뤄 생산시설은 궁극적으로 폐쇄하고 연구·디자인 센터와 판매 조직 정도만 남길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다는 관측이 한국GM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한국 공장의 주력 수출 모델 트랙스의 생산물량을 중국으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고,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부평 공장은 한해 27만대의 트랙스를 생산해 해외 각지로 수출하는데,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수출물량 15만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과 경제가 받을 충격도 막대할 전망이다.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301개 한국GM 1차 협력업체 가운데 한국GM 의존율이 50%를 넘는 업체는 150개에 이르고, 한국GM에만 100% 납품하는 업체도 86개나 된다.

비대위는 한국GM이 쓰러질 경우, 1·2·3차 협력 부품업체와 원·부자재 납품업체 등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30만 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GM 사태로 영향을 받는 일자리 수가 50만명이라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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