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과 사업추진 협약 "배송시간 단축 물류효율성 제고"

SK주유소가 택배 화물을 수거하는 중간 물류기지로 탈바꿈한다. 택배 신청 고객은 1시간 안에 화물을 발송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공유인프라'의 첫 구체적 사례다.
 
SK에너지는 21일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CJ대한통운과 전국의 SK주유소를 지역 물류거점화해 '실시간 택배 집하 서비스'를 구축하는 내용의 사업 추진협약을 맺었다고 최근 밝혔다.

협약이 구체화하면 택배 우편·화물을 보내려는 기업이나 일반 고객은 지금처럼 택배시설(우체국 등)을 직접 방문해 맡기거나 수거하러 올 때까지 하루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협력관계를 맺은 중간 배송 전문업체(스타트업)가 택배 신청 후 1시간 안에 방문해 수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거된 화물은 주유소로 모이고, CJ대한통운은 주유소를 돌며 수거해 배송을 시작하게 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집하와 배송 시간을 단축해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SK에너지는 주유소 기반의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택배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편의점 택배와 달리 크기·중량 제한도 없다.
 
SK에너지는 4월 중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올해 중 서울·경기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전국으로 넓힌다.
 
주유소 입장에선 유휴공간을 이용해 물류시설 임대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는 또 작년 말부터 진행한 '주유소 상상 프로젝트' 수상작들도 이날 발표했다. 

약 40일간 진행된 상상 프로젝트에는 비즈니스 모델 부문에 300건, 아이디어 부문에 680건, 한줄 아이디어 공모에 8430건이 접수돼 총 1만여 건의 제안이 쏟아졌다. 스타트업이나 창업자들의 제안이 많았다고 한다.
 
비즈니스 모델 부문에서는 SK주유소가 전국의 주요 생활거점에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택배 배송, 간편조리식 배달, 지역 세탁소와 연계한 세탁물 접수·수령, 실버 택배 등을 위한 지역 물류거점 ▲ICT(정보통신기술) 및 에너지 관련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주유소로의 변화 ▲유휴공간을 활용한 주차장 운영 또는 중고물품 거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SK에너지는 사업모델의 경쟁력, 실현 가능성,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 등을 고려해 밀 킷(Meal Kit, 간편 조리식) 배송·공급, 세탁물 접수·수령, 스마트 페이먼트 등 우수상 3점과 장려상 5점 등 총 8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K에너지는 수상팀들과 사업화 여부를 검토하고, 이르면 올해 중 이들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모델은 SK가 추진한 공유인프라 프로젝트의 첫 가시적 결과물이다. 공유인프라란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사회와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SK에너지는 전국의 3600여 개 주유소가 물류 대기업·스타트업과의 자산 공유·협업을 통해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주유소에 대한 사업모델 혁신과 공유인프라 실천의 하나로 주유소를 O2O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모시키려는 것"이라며 "그룹 내 관계사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 다른 업체의 네트워크까지 결합해 공유인프라를 최대한 확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른 정유업체와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이와 함께 자사 주유소를 신에너지, ICT 기술과 융복합된 '미래형 주유소'로 전환하는 전략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고객 관리와 차량정보 솔루션 제공 ▲전기차·수소차와 같은 차세대 차량용 충전시설 구축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연계를 통한 스마트 결제 도입 ▲고객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스크린 설치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마련했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상상프로젝트를 통해 주유소가 갖고 있는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주유소를 딥체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유소가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해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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