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차에서 번개탄 피우고 사망

17년 전 발생한 국내 주요 장기미제사건의 하나인 '가평군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한 달 전 자살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3일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01년 12월 11일 오후 11시 30분께 경기도 가평군의 한 도로에서 부대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 중이던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염순덕(당시 35세) 상사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군과 경찰이 공동 수사를 한 결과 현장에서 피다 버린 담배꽁초 2개에서 염 상사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동료 군인 2명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를 근거로 동료 군인 A씨와 B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두 사람이 사건 발생 당시 인근 당구장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근거로 군 검찰은 수사를 내사 종결했다.

또 범행도구로 추정된 나무 몽둥이가 주변 농수로에서 발견됐으나 이를 군에서 분실하면서 사건 해결의 단서를 더 찾지 못하고 수사도 지지부진해지며 영구 미제사건이 될 뻔했다.

사건 수사는 발생한 지 15년 만인 2016년 재개됐다.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으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에서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알리바이가 인정됐던 A씨와 B씨의 진술이 거짓이었던 것으로 다른 동료가 증언함에 따라 수사는 활기를 띠는 듯했다.

특히 주범으로 추정되는 현역 군인 A씨에 대한 성매매 등의 혐의를 포착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A씨가 성범죄로 처벌을 받아 민간인 신분이 되면 경찰에서 신병을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돌연 A씨가 한 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국군기무사령부 소속·원사)는 공군사관학교에 파견돼 근무하던 지난 2월 20일 오전 4시 30분께 충북 청주시에서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없었던 것으로 경찰에서 파악됐으며 A씨의 신병은 바로 군 헌병대에 인계됐다.

당시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A씨가 자살했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긴 했으나, A씨가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와 관련해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는 "고 염순덕 상사 사건이 아직 수사 중인 상황이어서, 관련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와 동행했던 전역 군인 B씨를 상대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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