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지하도로 건설놓고 인천시·해수청 대립

▲ 대형 컨테이너를 싣고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 대형 컨테이너를 싣고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정부의 항만계획에 따라 건설 중인 인천 신항이 주민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 구도심에서 수십년째 이어지는 항만물류시설 주변 주민 피해와 갈등이 신도시까지 확산할 조짐이다.

22일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시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남단 10공구에는 인천 신항이 단계적으로 건설되면서 송도 내부를 지나는 차량 통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시는 2025년 기준으로 신항에서만 발생하는 교통량이 5t 이상 화물차 1만4945대를 포함해 승용차 1만6416대, 버스 127대 등 1일 총 3만1488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들 차량이 송도 도심을 지나야만 해안도로 등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 신항 위치도.


 
송도는 정부가 해외 유수의 경제특구와 경쟁한다며 법령까지 만들어 2003년 지정한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1곳이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계약을 맺었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등 15개 국제기구도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2800명을 포함해 송도 주민은 12만3000명에 달한다.
 
송도 개발이 모두 끝나면 총 26만명이 거주하게 된다.
 
이들은 항만에 가깝게 산다는 이유로 30년 넘게 소음과 먼지 등 환경피해에 시달리는 인천 중구 등 구도심 주민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603억원을 들여 송도 11공구를 남북으로 관통해 인천 신항으로 연결되는 총연장 8.1㎞, 왕복 4차로 도로를 2015년 건설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대형 화물차의 도심 통과에 따른 소음, 매연, 교통사고 위험 증가 등을 고려해 신항 진입 전용지하도로를 건설할 것을 해수부에 요구하고 있다.
 
총연장 4.11㎞, 왕복 4차로 규모의 항만 진입 전용지하도로를 놓아야 송도 도심의 환경·교통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사업비가 31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사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해수청은 "해수부와 인천시가 애초 합의한 대로 예산을 분담해 지상도로를 건설한 것"이라며 "항만차량 전용지하차도를 추가로 건설한 사례가 없고 경제성 확보도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천시가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 신항이 완전 개장하면 엄청난 수의 대형 화물차가 송도를 통과해 도시기능이 단절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신항 진입도로는 항만을 오가는 차량을 위한 도로인 만큼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해수부가 공사비를 부담하도록 지속해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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