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인 용인시 세정과장

며칠 전 인사이동으로 세정과장직을 맡게 되면서 우연치고는 신기하게 처음 접한 세입숫자가 186인데, 명당이 많다는 용인에 걸 맞는 풍수지리적인 길수(吉數) 또한 1·8·6·9이다. 주역(周易)에서 비롯된, 현공풍수지리(玄空風水地理)는 각 좌향(坐向)에 자연수 1에서 9까지 배치하여 길흉(吉凶)을 논한다. 길한 숫자조합을 1·8·6·9중 두 자리 숫자와 지형의 적부(適否)조합으로 따진다. 희한하게 1·8·6을 접하면서 동양학적인 숫자라 풍수지리를 부언(附言)해본다.

일반인들은 보통 풍수지리는 미신이라고 치부하고, 지관(地官)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을 잘 모르기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고려와 조선왕조에서 전문적인 관리(官吏)인 지관은 과거를 통해 선발하였다. 영의정을 수장으로 하는 서운관, 관상감에서 선발하였으며, 고려시대에 지리생(地理生), 지리정(地理正), 지리박사(地理博士), 지리사(地理師) 등의 직급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지리학교수(6급상당), 지리학훈도(9급상당) 등이 있었다. 민간에서 생업을 겸하는 사람을 지사(地師)라고 구별했으나, 일반적으로는 지관이라 통칭하였다.

서울 사대문이나 경복궁, 청와대, 대기업 사옥 등이 풍수지리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인물로는 도선국사, 무학대사가 유명하고, 정조는 세손 시절부터, 자신이 어떻게 풍수 공부를 하였으며 그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 방대한 기록을 남겨 지금도 ‘홍재전서’에 수록되어 전하는데, 15년 넘게 풍수 공부를 하였다 한다.

근세에 백범선생은 주자학의 주인공인 정자나 주자도 풍수를 수용하였는데, 조선 주자학자들은 정자와 주자가 남긴 ‘장설’과 ‘산릉의장’까지 애써 무시하려 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하였는바, 풍수는 분명 조선의 국학 가운데 하나였다. 주자학 강경파에 밀려 나온 말이 ‘주유야풍(晝儒夜風)’으로, 낮에는 유학을 밤에는 풍수를 논한다는 말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역설을 보자면,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승하시 영의정이 호상(護喪)이 되어 국상을 치렀다. 사후에 묏자리로 인한 사건 사고의 책임이 전적으로 영의정이었고, 흉사가 발생하였다 하면 호상의 삼족을 멸했다했으니, 고관대작들이 풍수지리를 모르고서는 안 되었다.

그런 맥이 근세에 끊길 뻔 했으나, 다행인지 애석한 건지 우리 민족의 풍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은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라는 일제 강점기 총독부 일본 관리였다. 1931년 그가 펴낸 ‘조선의 풍수’에서 “풍수는 조선 사회의 특질(特質)로서 삼국시대·고려·조선이라 하는 유구한 세월을 거쳐 왔으며 그 영향력은 미래에도 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근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로 한국민족정신을 말살하고자 전국적으로 서적을 있는 대로 수집하여 일본으로 착취해가던 중이었는데, 그나마 일본관점이지만 무라야마가 전국적으로 수집된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남겨진 중요한 자료다. 우리의 풍수지리사상이 너무 잘 보존되자 ‘미신’으로 민간신앙과 학문에서 밀어냈던 것이 또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라는 것이다. 이제는 화장이 보편화되고 주거문화의 많은 부분이 아파트이고, 상가, 사무실 등의 생활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묘를 쓰는 음택 풍수보다는 양택 생활풍수가 크게 활성화 되는 추세다.

용인시186이란 숫자는 2018년도 용인시의 세입규모가 1조8600억 원이고, 지방세 숫자가 또 8890억원이다. 현공풍수지리 숫자에서 통상 1·6·8·9를 길수(吉數)라 하는데, 그래서인가 1986년도에 아시안 게임을 처음으로, 1988년도엔 역사적인 올림픽을 치루고 대한민국 국격이 상승하였다. 2018년 올해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훌륭히 치렀다. 나는 5년 전부터 술좌석 건배멘트를 ‘통일을 위하여’로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는데, 올 6, 8, 9월에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래본다. 한국·미국·북한의 행보가 예상치 못한 서기(瑞氣)를 만든다는 예감이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으면 한다. 아울러 세입예산숫자가 우연히 길수(吉數)인 것은 우리 용인시에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조짐으로 보고 싶다. 게다가 그냥 정해진 대로 앉은 내 좌석도 우연이지만 길수가 배치된다. 이런 것들이 미신일까? 훈풍의 춘삼월에 내 주위, 직장, 주택, 나아가 국가적으로까지 감지되는 기운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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