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에도 사고"…사고 위험성 내재된 이동식 작업대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물류창고 사고 현장 (연합뉴스 제공)

이동식 고소작업대 상판이 무너지면서 5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평택 삼성물류센터 신축 현장에서 한달여 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 전조가 있었는데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삼성물류센터 현장 관계자 A씨는 한달여 전에도 이동식 고소작업대 4번 상판이 이동 중 바퀴에 무언가 걸려 흔들리는 사고가 일어난 사실이 있다.

이 관계자는 "사고 당시 갑자기 작업이 모두 중단돼 알아보니 고소작업대 상판 바퀴가 레일 구조물에 걸려 큰 사고가 날 뻔했다"라며 "작업이 전면 중단돼 사고 원인 조사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작업은 곧 재개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영국 C사로부터 들여온 이동식 고소작업대는 아래쪽 기둥은 고정돼 있고, 위쪽에 상판(가로 30m, 세로 7.5m) 5개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작업자들은 이 상판에 올라 작업한 뒤 상판을 6∼7명이 밀어 레일을 따라 옆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지난달 상판이 흔들리는 사고가 난 것은 4번 상판으로, 레일 핀이 어떤 이유에선지 돌출되는 바람에 바퀴가 걸려 상판이 이동 중 '철컥'하고 멈췄다는 게 삼성물산측 설명이다.

상판이 흔들릴 당시 한쪽 바퀴가 레일에서 빠졌다면, 19일 붕괴한 2번 상판처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고소작업대가 설치된 건 1월 말로, 불과 두달도 안 되는 기간에 2건의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한달 전 작업 중 상판 바퀴에 핀이 걸린 사실이 있지만, 상판이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사고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애초 이동식 고소작업대를 사용한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한다.

A씨는 "상판 길이가 10m 안팎으로 짧았다면 안전했겠지만, 30m나 되다보니 위험한 상황이었다"라며 "특히 상판을 밀어 이동할 때도 양쪽에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밸런스가 무너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상판이 길어 중간 부분이 아래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중간지점(15m)에는 천장과 연결된 '체인블록'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라며 "하지만 상판 이동 때는 이걸 풀어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쉽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달여 전 사고나 19일 붕괴사고 모두 상판 이동 중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현장 관계자 B씨도 "애초 현장에서 이동식 고소작업대를 쓰는 건 위험해 보였다"라며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통상 철골 가설물을 지어 상판에 올라 작업하는 게 안전한데, 시공사가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이동식 고소작업대를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후 현장을 감식한 경찰 관계자들도 고소작업대 레일과 상판이 연결된 부위가 견고해 보이지 않아 위험해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19일 오후 2시 15분께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고소작업대 상판이 붕괴, 작업자 김모(23)씨가 숨지고, 곽모(37)씨 등 4명이 부상했다.

평택경찰서는 현장을 감식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안전조치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공사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평택 고덕산단 내 삼성물류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만9000여㎡ 규모로 오는 7월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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